도난사건_盜難事件

완주행보_完州行步34

by badac

자전거가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왔다


겨우내 자전거를 묶어놓은 보관소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그쪽으로 갈 일도 없었다. 전주에 버스타고 나가려고 걸어가던 길이었다. 복잡한 시내에서 운전하는 거나 주차장 찾아 헤매는 거 싫어서 날도 풀린 김에 차를 두고 나서다가 보관소를 보니 자전거가 없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알 수 없다. 자물쇠도 채워놨는데 어떻게 된 걸까. 관리사무소에 신고해야 하나 잠깐 생각했지만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어 속상해하면서 갈 길을 가기로 한다.


서울에서도 두 번이나 도둑맞았는데 완주에서도 또 잃어버리는구나. 한 대는 회사 주차장에 자물쇠 채워서 세워놓고 주말을 보내고 왔더니 없어졌고, 골목 안 연립주택 살 때 건물 주출입문 앞에 세워둔 자전거도 사라졌다. 여기 살면서는 자전거를 도둑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는데 속상하다. 전에 살던 서울 아파트에는 따로 자전거 보관소도 없었고 여러 번 도둑맞다보니 집까지 끌고 올라와서 좁은 현관문 안쪽에 자전거를 세워뒀었다. 혼자 살았더라면 계속 그렇게 집안에 보관했을 텐데 같이 사는 사람에게 미안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 결국 집밖으로 내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방 창문과 가까워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였다. 각별한 사연이 있는 자전거라 유난히 챙긴 측면이 있다. 이번에 잃어버린 건 그 자전거는 아니다. 완주에 오기 한참 전에 친한 친구에게 줬는데 여기 오니 자전거가 필요해져서 사려던 중 아는 분께 물려받았다.


애정이 덜한 자전거여서 집으로 끌고 오지 않았던 건 아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자전거 보관소가 있으니 거기에 묶어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자물쇠도 채워놓았고 오랫동안 타지 않아 방치된 자전거도 많았지만 그래도 정상적으로 운행되는 보관소였다. 공개된 장소인 데다가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사람들이 늘 지나다니는데 어느 겁 없는 사람이 자물쇠를 끊어갈까 싶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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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매일매일 보관소를 지날 때마다 혹시나 자전거가 있나 없나 살펴보게 되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자전거가 돌아왔다. 정말 내 자전거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내 자물쇠가 다른 자전거를 묶고 있다. 돌인지 망치인지로 쳐서 깨뜨리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며칠 빌려갔던 걸까. 어쨌든 다행이고 반가워서 얼른 자전거를 끌고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에 태워서 올라왔다. 가끔 계단으로 오르내릴 때 자전거들이 잔뜩 묶여있는 걸 보고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보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너무 똑같다. 지역이라고 생전 못 느껴본 이웃 간의 정을 느끼고 싶다는 기대를 하지 않은 것처럼 조심과 의심도 적당히는 해야했던 건가.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는 당연한 약속을 지키기만 한다면, 남이 가져갈지도 모르니까 자물쇠를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보관소가 있는데도 굳이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넘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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