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_共同育我

완주행보_完州行步35

by badac

곁에서 함께 나를 길러주는 친구들에게


꽃이 피고 잎이 돋고 그 모든 것들을 축복하는 고운 볕이 내리쬐는 봄이다. 사실 나는 한 달 째 무기력한 상태다. ‘봄 우울증’을 검색해보니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우울증이 심해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내친김에 여름 우울, 가을 우울, 겨울 우울을 모조리 검색창에 넣어봤다. ‘겨울 우울증이 있다고요?’ ‘가을 우울증 어떻게 극복하나?’ ‘여름 우울증의 원인은?’ 등 계절성 우울에 관한 기사는 차고 넘쳤다.


말만 붙이면 다 우울증이래. 피식 웃음이 났다가 조금 진지한 태도로 나의 과거를 돌이켜봤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봄부터 여름까지 꽤 괴로웠고, 제작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그 전 해에는 봄부터 가을이 다 될 때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봄이 되면 나는 자주 우울한 기분에 시달리곤 하나보다.


햇볕을 쬐고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라는 극복방법도 소용이 없다. 우울한 사람에게는 그럴 기력조차 없다. 빨리 벗어나 기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해봤자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된 뒤로는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렇다고 괴로움이 덜한 건 아니니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괴로워’를 읇는다. 상담소를 찾아가고, 일기장에도 쓰고 트위터에도 쓰고 심지어는 이렇게 긴 글로 지면에 또 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친구들을 붙들고 하소연을 하고 친구들 옆에 어쩌다 같이 서 있던 친구의 친구에게도, 아직은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도, 멀리 있는 친구에게는 전화와 문자로, 일 얘기를 하는 회의자리에서도 틈만 나면 괴로움을 호소한다. 너무 부끄럽지만 앞으로도 아마 또 그럴 것이다. 조만간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 국제우편이나 영상통화로도 하게 될지 모른다. (친구들, 미리 미안. 그렇지만 활력 넘치는 날에 꼭 보답할게)


어제 오후부터 오늘 밤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열 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괴로움을 토로했다. 갑자기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난다. 부끄럽고 고마워서. 공동육아共同育兒 공동체에서 엄마아빠와 함께 다른 집 이모삼촌들이 모두의 아이를 돌보듯 나는 주변의 사람들을 총동원해서 나를 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자주 삶을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내 곁에는 고맙게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고, 시간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나를 길러준다. 지금은 붙들고 울기밖에 못하지만 이 마음을 잘 기억해서 나도 언젠가는 당신을 길러주겠노라고 다짐한다.

2017_05.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난사건_盜難事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