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에는 어떻게 들어가나요?

완주행보_完州行步39

by badac


임대아파트에는 어떻게 들어가나요?


2015년 9월에 지금 사는 집에 들어왔다. 생애 최초로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면서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내 한 몸 스스로 먹여 살릴 경제력을 가져야 하고, 해도해도 티 안나는 살림을 꾸려야 했다. 청소하고 정리하고 빨래하고, 뭐 먹을지 생각하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매 끼니, 매일, 매주 할 일은 쌓여있다. 벌어먹기 싫으면 빌어먹고, 직접 하기 싫으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면되지만 어쨌든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 살아진다. 그렇게 생활인이 되어간다.


나는 매일 일기장에 일기를 쓴다. 요즘은 며칠 밀려서 한꺼번에 쓰는 날도 많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마시며 명상하듯 어제를 복기하고 오늘을 기대했다. 자기 전에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기도 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 그랬다는 말이다.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지난 몇 달 동안은 숙제처럼 하루하루 일어난 일을 그저 나열하는 일기를 썼다. 괴로워서 가만히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더라도 배는 고팠으므로 먹을 걸 챙겨야 했다. 그런 마음으로 일기도 썼다. 가계부도 매일 썼다. 형편없이 망가지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이자 놓으려고 해도 놓을 수 없는 나의 본성일 터. 안정적이진 않지만 경제적으로 큰 문제는 없고, 집안꼴도 아주 엉망은 아니다. 이제 붙잡아야 하는 건 마음의 영역. 한 사람의 건강한 개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 앞가림을 알아서 잘 해야하는데 겨우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살림을 꾸린다. 외로워도 괴로워도 매일의 식사와 청소, 빨래를 챙기면 마음을 붙잡기 쉬울텐데 어디 그게 쉬울까. 9월부터는 조금 더 힘을 내보련다. 일기도 밀리지 않고 깊고 길게 써야지.


그래요, 저 이사 처음 해봐요.

9월 중순에는 주공아파트에 입주한다. 독립하고 나니 뭐든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인데 이제 곧 처음으로 이사도 경험할 예정이다. 지금 사는 집을 구하고 계약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것도, 단독세대주 세입자로 사는 것도 처음이었다. 임대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를 찾아보고 신청하는 것도 처음 해봤다. 완주에는 삼례와 봉동에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임대아파트가 있는데 1년에 한 번 정도 예비입주자 신청을 받는다. 1인 가구는 제일 작은 크기(전용면적 40㎡ 이하)만 신청할 수 있고 청약통장 납입회차나 거주 기간 등을 가산점으로 계산한다. 당시 청약저축이 없어서 점수가 높지 않았는데 신청자가 많지 않았던지 다행히 끄트머리에라도 예비입주자로 선정되었다. 1년여를 기다려 순번이 돌아왔다. 언니랑 같이 살 때 딱 한 번 이사했었는데 언니가 알아서 업체 알아보고 견적 받고 날짜 잡고 나는 그냥 출근했다가 이사간 집으로 퇴근했었다. 이집에 들어올 때는 맨몸으로 내려온 거나 다름없어서 이삿짐이랄 게 없었다. 이년이 흐르는 동안 냉장고, 세탁기, 직접 만든 책상과 책장이 생겼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람살이가 꽤 된다. 나는야 트럭을 빌리거나 직접 몰 수도 있고, 흔쾌히 이사를 도와준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고민 끝에 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내일 용기를 내어 이삿짐센터에 전화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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