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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블 밝은 달에 Jul 31. 2020

<어디에나 있지만, 어딘가  남다른 경주 작은 책방>

경주 작은 책방 여행하기 by 꽃작가

누가 몰라. 책이야 어디서든 살 수 있다. 1년 365일 굿즈 이벤트와 적립 행사가 진행 중인데다 바로 다음날이면 배송되는 인터넷 대형 서점이 있으니까. 그런데도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동네 작은 책방들이 생겨나고 또 사랑받고  있다.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몰에는 없는 그 ‘무엇들’-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여행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는 동네 책방 에디션과 소소한 굿즈들, 서점 주인들의 개인적인 취향과 안목이 담겨있는 큐레이션을 작은 서점에서는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자기하고 개성 가득한 서점들의 인테리어는 인스타그램 인증샷 감성으로도 손색이 없다. 덕분에 여행지에서 동네 서점을 찾아가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경주에도 몇 년 전부터 작은 책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튼튼하게 자리 잡아 경주 여행의 필수코스이자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나는 경주에 책방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을 때 부디 사라지지 말기를 바랐던 사람 중 하나인지라 가끔 지나가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가득한 책방들을 보면 그냥 발길을 돌리면서도 서운하지가 않다.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경주의 책방들이 앞으로도 오래 사랑받고, 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길 바랄 뿐이다.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 등 책과 관련된 각종 문화행사들이 대도시에는 흔한 기회겠지만 경주라는 지역에서는 작은 책방들이 문을 열기 전엔 그야말로 딴 세상 이야기였다. 그러니 경주에 여행을 오는 많은 사람들이 꼭 취향에 맞는 동네 책방 한 곳쯤 들러서 책방 주인이 셀렉 해 둔 책 한 권을 샀으면 좋겠다. 책방의 개성이 묻어나는 귀여운 포장 봉투를 보면 여행 기념품으로도 손색이 없으니까. 그럼 지금부터 경주 책방 여행 지도를 펼쳐보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어서어서]     

사진출처_'어서어서' 인스타그램

어서어서(인스타그램 @eoseoeoseo). 황리단길에 2017년 문을 연 어서어서는 시,에세이,문학전문 서점이다. 그리고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서점이다. 월 매출 4천만원을 올리는 놀라운 서점이라는 기사를 비롯해 양상규 대표의 인터뷰 기사도 이미 여럿이고, 인스타그램에 ‘어서어서’를 검색하면 ‘읽는 약’ 봉투와 서점 앞에서 찍은 인증샷이 2만 건 넘게 올라와 있다. 황리단길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에 문을 연 이 작은 서점은 양상규 대표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리모델링한 빈티지 감성의 공간과 포토존, 그리고 ‘읽는 약’ 봉투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SNS에 입소문을 타며 황리단길 필수 코스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사진출처_'어서어서'인스타그램

동네 작은 책방의 규모에서 말도 안되는 매출을 올리기 시작하자 출판사들도 더 많은 애정을 쏟는 듯 하다. 어서어서에서는 동네 책방 에디션뿐 아니라 ‘어서어서’만을 위한 ‘어서어서’의 이름이 박힌 스페셜 에디션과 굿즈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글쓰기 수업과 게릴라 저자 사인회 등 이벤트도 자주 열리는 만큼 공식 계정을 통해 일정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 최근에는 ‘어서어서’에서 직접 책을 펴내기도 했다. 네 명의 독립출판 제작자가 경주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달빛에 기댄 시간에 남아있는 것들’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수원의 ‘그런 의미에서’와 경주 ‘어서어서’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니 경주에서 ‘어서어서’를 방문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어서어서’는 그 이름처럼 어디에나 있는 서점이지지만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서점으로 진화하는 중인 듯 보인다.  


[그림책서점 : 소소밀밀]     

사진출처_'소소밀밀'인스타그램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부부가 직접 고른 아름다운 그림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소소밀밀(@sosomilmil)이다. 소소밀밀이 있어 고맙고 좋은 점은 온라인 대형서점의 메인 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하고 멋진 그림책들을 두루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어떻게 그림책을 접해 왔는지 생각해보면 온라인 대형서점의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코너에 노출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책들이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책들 외에는 찾아볼 능력도, 여력도, 안목도 없어서 그림책을 경험하는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작은 책방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가 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담은 큐레이션이라면 소소밀밀은 바로 그런 장점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당신도 분명 마음에 꼭 드는 그림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_'소소밀밀' 인스타그램


소소밀밀에도 역시 소소밀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과 소품들이 있다. 밀밀아저씨 구서보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과 소소아줌마 지혜 작가의 사진이 담겨있는 엽서들. 그리고 직접 쓰고 그려서 만든 ‘경주그림산책 소소하고 밀밀하게’가 있다. 타지에서 경주로 이사 와 살아가면서 느낀 경주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잠깐의 여행으로 경주의 모든 표정을 볼 순 없겠지만 이 책 한 권을 안고 돌아간다면 경주의 일상에서만 볼 수 있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풍경들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책방>      



황오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기와집 책방.  “더불어 살기 위한 구실을 만드는 책방. 다양한 구실을 함께 만들어가는 책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오늘은 책방>(인스타그램@today_bookshop)은 황리단길에서도 멀고, 유적지나 여행 명소와도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야말로 주택가 한 가운데 기와집을 개조한 책방인데 덕분에 흔히들 상상하는 가장 경주스러운(?) 책방의 풍경을 갖고 있다. 기와지붕에 나무문이 달린 집, 화초가 자라는 푸른 마당, 둘러앉을 수 있는 평상,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 자가용을 이용해 여행을 한다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부부가 읽고 고른 다양한 책들과 중고서적들을 구입할 수 있다.      



더불어 살기 위한 구실을 만드는 서점이라는 소개처럼 <오늘은 책방>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저자 강연이나 독서모임이 대표적이지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이벤트는 ‘달팽이 시장’이다. 책방 마당과 안쪽 공간을 이용해 아기자기한 로컬 시장이 열리는데 우리밀로 만든 ‘느림보 상점’의 빵과 나무를 깎는 ‘오이디아’의 소품들과 싱싱한 먹거리들, 핸드메이드 소품 등 경주에서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빚어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매번 주제를 달리한 만들기 워크숍도 진행된다. 경주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여행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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