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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Apr 05. 2022

다섯 살 생일, 아이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지난주 금요일, 잠든 아이의 몸이 뜨끈해 열을 재니 37.7도를 가리켰다. 몇 시간 뒤에 재도 여전히 같은 온도인 체온계를 보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제는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음을 예감했다.

다음 날 새벽 5시 40분. 동이 트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침대맡에 둔 체온계를 찾아 열을 재니 열은 38.4도로 올라 있었다. 부엌에 둔 해열제를 찾아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이고 아직 잠이 덜 깬 아이의 코에 면봉을 찔렀다. 깊숙이 넣은 것 같지 않았는데도 진단키트에 선명한 두 줄이 나타났다.


다섯 살 생일, 집에서 가장 작은 어린이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생일날만 기다렸던 아이에게 코로나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니, 아이는 생일이니 케이크를 먹고 가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주문 제작한 케이크를 함께 찾으며 좋아했던 게 어제 일이었다. 신속항원검사를 위해 가장 빠른 오전 9시 20분으로 소아과 예약을 해둔 상태였지만, 서둘러 밥을 안치고 미역국을 끓였다. 미리 주문해두었던 생일 가랜드를 꺼내 벽에 붙이고 내복 위에 소매가 짧아진 하얀 원피스를 덧입히고 해피 벌스데이 이니셜이 촘촘히 박힌 머리띠를 씌워주니 제법 생일 분위기가 났다.

생일 주인공인 작은 아이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엄마와 아빠, 언니를 보며 해사하게 웃다가 쑥스러운지 고개를 저었고 노래가 끝나자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후후 거리며 초를 껐다. 아이의 침방울이 잔뜩 튀었을 케이크는 작은 아이 혼자 먹고 서둘러 병원에 갔다. 예상한 대로 작은 아이는 양성, 남편과 나, 7살 첫째 아이는 음성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평소와 비슷하던 아이는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약을 타 집에 오는 사이 힘없이 늘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   사람이 코로나에 확진되면 다른 가족이 걸리는 일은 시간순서라고 했지만, 추가 확진 없이 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어차피 걸릴  하루라도 일찍 확진되어 격리 기간을 늘리지 않는  낫다는 말에 동의하는 편이면서도 고열로 힘들어하는 작은 아이와 언니라고 해도 고작 7살인 첫째 아이를 보니 피할  있는 일이라면 피하고 싶었다.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집에서 격리하면서 음성으로 지나가는  불가능에 가까보였지만 작은 노력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고 싶었다. 마스크를 쓰고 자주 환기하고 소독 스프레이로 곳곳을 닦아주는 일이 전부라 하더라도.


“ㅇㅇㅇ님은 코로나19 확진자입니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역학조사)에 따라 코로나19 역학조사 대상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ㅇㅇ님은 확진자 ㅇㅇㅇ님의 공동 격리자로 아래와 같이 격리 통보합니다.”

확진 문자를 받고 나서 역학 조사를 위한 정보를 기입한  공동 격리자 등록도 동시에 마쳤다. 재택 치료자가 중증장애인, 영유아, 아동( 11 이하 또는 초등학생 이하) 경우 관할 보건소에 신청해 보호자 1인을 공동 격리자로 등록할  있는데 남편과 상의할 것도 없이 엄마인 내가 공동 격리자가 되기로 했다.


확진 첫날, 새벽에 일어난 뒤로 계속 깨어 있던 아이를 재우고 잠깐 쉬려고 거실에 나오면 아이는 신생아처럼 30분도  자지 못하고 자꾸만 깼다. 조금이라도 자야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번엔 아이 옆에 가만히 누웠다.

나랑 같이 있으면 코로나 옮는  아니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들어왔으니 아이가 느낄 공포감도  테였다.  나으면 원에   있다는 말에 “그럼 평생  가겠네?”라고 말할 만큼 힘들어하면서도 엄마를 걱정하는 모습아이를  아줬다. 확진자라는 단어에 갇혀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플 테니까.


열이 40도가 넘던 아이는 해열제를 아무리 교차 복용해도 39 밑으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열감기에 걸리면 40도까지 오르는 일이 잦아 고열에 익숙하면서도 처음 경험해보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이 얼마 동안 지속될지, 다른 증상들이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없어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루 종일 먹은  거의 없어   때마다 가슴이 들썩이는 아이의 몸을, 코가 막힌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를, 자다 말고 벌떡 앉아 마른기침을 하고 다시 눕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어 무력감을 느끼다가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먼저 경험한 지인들의 에 기대었. 다음  오전 6. 해열제를 먹어도 39도와 40 사이에서 움직이지 않던 열이 38도로 내려갔다.


격리 4 . 다행히 아직 가족 모두 음성이고 작은 아이도 정상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공동 격리자가  엄마인 나는 낮동안 정상체온을 유지하다가 밤이 되면 36 밑으로 체온이 떨어지는 아이의 귀에 체온계를 대어 보고 양말을 신기고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격리를 이어가고 있다. 언제라도 확진될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우리 가족의 격리 생활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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