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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바위 Jul 16. 2023

신사냥 VS 깡패냥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저기 사진 속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고양이가 보이시나요?


이 고양이의 이름은 다롱이입니다. 20년쯤 전에 우리 집 마당을 주름잡던 3 총사 고양이 중 한 마리이지요. 친정집 식구들에겐 '이런 고양이 세상에 없다'며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역대급 천사냥이랍니다.


사람들에게만 인기 있는 게 아니었어요. 동네 길고양이들에게도 늘 친절을 베푸는, 동네에 한 마리쯤 있으면 하는 고양이였지요.  동네 고양이들을 하나씩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마당 한편에 엄마가 삶아놓은 '냥이 전용 밥'을 먹였거든요.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이 두 눈으로 봤으니까요. 우리 집 대문 앞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멈칫하는 길고양이들을 다롱이가 뭐라 뭐라 야옹거리면서 밥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모습을요. 그 시절 다롱이덕에 우리 집엔 이름도 모르는 길고양이들로 늘 북적였어요. 아예 우리 집 마당에 눌러앉는 고양이도 있었지요.


우리 다롱이는 묘성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사람들이 안고 주물러도 가만히 참아주고요, 친정 엄마가 밭에 갈 때는 뒤따라가면서 에스코트(?)도 해주는 멋진 신사 고양이였어요. 맞아요. 신사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렸죠. 여자 친구가 우리 집 지붕 아래 틈사이에 새끼를 낳았을 때도, 거기에 같이 머물며 지켜주느라 지붕아래로 잘 내려오지도 않았답니다.


어때요. 우리 다롱이 정말 멋지죠? 진짜 이런 고양이 일생에 한번 만나기 힘듭니다.



그럼 이 사진 속의 고양이는 어때 보이시나요?


이 고양이는 '송이'라고 합니다. 몇 달 전에 제가 입양한 고양이지요. 우리 집에선 일명 깡패 고양이로 통합니다. 소문이 어디까지 난 건지 저 멀리 경기도에 사는 조카까지 '이모, 고양이 입양 잘못한 거 아냐?'라고 말할 정도예요.


사진 속 고양이 표정에서 어떤 기운이 느껴지시죠. 맞습니다. 딱 그 느낌 그대로예요. 천방지축에 사고뭉치!  얼마나 별난지  올해 여든이신 우리 엄마조차 이런 고양이 처음 본다고 할 정도랍니다.


이 녀석은 물어뜯기가 특기예요. 주 공략 대상은 사람의 팔과 다리고요. 우리 가족들이 송이를 자꾸 만지고 귀찮게  하니 싫어서 무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결단코 아니에요. 기분 좋을 때도 와서 물거든요. 그것도 엄청 세게요. 어떤 식이냐면요. 제가 아침에 잠에서 깨는 소리가 들리면 골골거리고 부비부비하면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물기 시작하지요. 처음엔 저도  참습니다. 좋아서 그런 거니까요. 그러다 너무 아프면 손을 빼거나 방어자세를 취하게 되죠. 이때부터 송이의 무차별 이빨 공격이 시작되는데요, 도망가면 쫓아오면서 물어. 그래도 성이 안 차면 제가 좋아하는 인형한테 가서 분풀이를 합니다. 완전 폭력 고양이지요!  저희 집 식구들의 손등과 팔은 상처로 가득한데요. 매일 새로운 상처들로 업데이트되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인형들은 또 어떻고요. 실밥들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죠.


처음에 한 뼘도 안된 이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땐 너무 깡말라 있어서 애처로울 지경이었어요. 가족들 모두 합심해서 애지중지 먹이고 재우고... 그러면서 상위 1%의 애교냥으로 키울 환상을 품었죠. 20여 년 전의 전설적인 고양이 다롱이처럼 클 거라 기대하면서요. 사진을 다시 한번 봐보세요. 두 고양이의 무늬가 같잖아요. 성격도 똑같을 거라 생각했던 건 완전 제 착각이었던 거죠.

 

사실 송이는 무는 것 말고는 완벽한 고양이예요. 일단 정말 잘생겼고요. 모래 화장실도 깔끔하게 사용해요. 입맛도 까다롭지 않은 데다 낯가림 같은 것도 없어요. 게다가 털도 잘 안 빠지는 신기한 고양이랍니다.


그런 제목도 있잖아요. '완벽한 고양이에게 딱 하나 없는 것' 이건 우리 송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아요. 성격 말고는 모두 완벽! 이 글을 쓰다 보니 딱 하나 우리 송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사랑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제가 송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 건 아니죠? 절대 아니에요. 전 송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이 녀석이 없는 삶은 이제 상상조차 못 할 정도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 없이는 못 산다' 이런 레퍼토리인 거죠.


뭐, 성격은 차츰 좋아지겠죠. 남편은 땅콩제거(중성화) 수술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러면 좀 순해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저도 송이가 나이 들면 귀찮아서라도 덜 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살짝 하고 있어요.


사람도 성격이 천차만별이듯 고양이도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직 어리니까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믿어요. 혹시 모르죠. 몇 년이 지난 후 이때를 회상하며 '우리 송이가 저런 적도 있었어' 하고 미소 지을지. 아무튼 전 송이가 다롱이처럼 변할 가능성을 아직 놓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그 성격 그대로라도 괜찮아요.

그냥 송이는 존재 자체로 우리 가족에게 특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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