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봄, 思春期

제 3장 엄마를 이해하는 나이, 나의 엄마에게

by 늘느림

어느새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다. 지금의 나는 내 삶 하나 간신히 버티면서도 하고 싶은 건 끝없이 많고, 아직도 세상 앞에서 어른인 척 연기를 하며 살고 있는데, 엄마는 이런 나보다 훨씬 더 고단한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냈다는 사실이 문득 크게 밀려왔다. 생각할수록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여 마음이 먹먹해진다.


얼마 전 내가 새 차를 샀을 때, 엄마는 혹시라도 내가 다칠까 봐 정성스레 고사를 지내주었다. 나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내 하루가 무사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마음이 이상했다. 내 안전을 위해 이렇게까지 간절히 기도해줄 사람이 세상에 엄마 말고 또 있을까.


엄마는 내 나이 마흔에도 여전히 나의 사소한 것들을 챙긴다. 내가 어질러놓은 흔적들을 잔소리와 함께 정리하고, 밥 먹었냐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물어본다. 밥솥에 마지막 한 그릇이 남으면 끝끝내 당신의 그릇에 덜어내고,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나에게 내어놓는다. 엄마 표현에 의하면 나는 '말도 지지리도 안듣는 딸'이다. 그런 딸에게 엄마는 지지리도 많은 사랑을 끝이 없는 것처럼 아낌없이 내어준다.


엄마는 자식 많은 집에서 태어나 사랑을 독차지해본 적이 없었다. 철없는 남편을 만나 사랑보다는 고생이라는 고생을 더 많이 했다. 시골에서 시집 왔다고 비교당하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또 비교당하며, 상처로 가득한 시집살이었다. 그동안 엄마의 언니들과 동생들은 안정적인 삶 속에서 돈도 차곡차곡 모으고 친구도 사귀며 삶을 꾸며갔지만, 엄마는 그러지 못했다. 아빠의 뒷바라지와 녹록지 않은 살림살이 속에서 엄마의 시선은 점점 좁아졌고, 결국 그 안에는 우리만 남았다. 엄마의 삶의 중심도, 동력도, 희망도 전부 우리였다.


한 때는 우리만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가 당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 바라보며 사는 것 같아, 버겁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것조차 미안하다. 엄마는 엄마의 삶을 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살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내가 너무 미안하다.


요즘은 엄마의 깊어진 주름과 예전보다 기력이 없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어떤 두려움이 있다. 엄마가 없는 시간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이제 내가 엄마의 전부가 아니라, 엄마가 나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나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단 하나의 전부.


그래서 이제는 엄마가 우리를 중심으로 도는 삶이 아니라, 엄마가 중심이 되어 엄마만의 삶을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들을 마음껏 펼쳐봤으면 좋겠다. 이제는 내가 엄마 옆에서 든든하게 지지하고, 응원하고, 사랑할 것이다.


우리 엄마, 그동안 애썼다. 고생 많았어. 이제는 엄마만 생각하고, 엄마만을 위한 선택을 하는 연습을 하자.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하고, 어떤 순간에 마음이 가득 차는지 하나씩 다시 알아가보자. 엄마,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아주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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