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봄, 思春期

제 2장 악이 가벼워진 사회, 선함의 무게를 지키는 일

by 늘느림

어릴 때의 나는 선과 악이 뚜렷하다고 믿었다. 잘못하면 혼이 나고, 나쁜 행동을 하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다고 배웠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쁜 사람'을 피했고, 그런 행동은 내 삶에 들이지 않으려 애썼다. 그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 덕분에 세상은 어느 정도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도덕적으로만 살아왔을까? 그렇지 않다. 순간적으로 감정에 휘둘린 적도 있고, 편한 선택을 위해 양심을 살짝 비켜간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마음속에 세워두었던 그 단순한 기준은 여전히 내 안 깊숙이 남아 있다.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사회적인 이슈들을 보다 보면, 그 기준이 자주 흔들린다는 사실을 느낀다. 나쁜 행동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잘못된 행동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장면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돈이면 해결되고, 관계만 잘 맞추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한없이 흐려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미디어는 악의 형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악한 사람은 쉽게 권력을 얻고, 약자는 힘없이 당하며, 결국 힘 있는 쪽이 이기는 서사가 너무 익숙해졌다. 이런 흐름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우리가 정말 이런 이야기를 원하는 걸까, 그리고 어느새 이런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이해는 필요하다. 누구나 사연이 있고, 사람의 행동에는 다양한 배경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해가 면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쁜 행동은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이 분명히 따라야 한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선함이 결국 이긴다는 단순하지만 건강한 메시지가 이제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나는 선과 악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선함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경계를 지키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타인을 향한 존중, 말의 무게를 아는 태도, 내 선택이 불러올 결과를 책임지려는 마음. 이런 조용한 태도들의 반복이 선함을 만든다고 느낀다. 반대로 악은 거대한 악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심함과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나는 오히려 더 단순한 믿음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잘못된 행동은 잘못이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믿음. 선한 마음이 결국 승리한다는 오래된 메시지가 지금은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 믿음이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 믿음 안에서 나의 선택을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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