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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 Mar 20. 2024

손목시계

1.
최근 손목시계를 하나 샀다.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모델이다. 비싸서 그림의 떡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세점에 있나 찾아보니 시중보다 싸게 팔고 있어서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2.
최근에 산 시계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7개의 시계를 모았다. 어렸을 때부터 시계를 꾸준히 차 왔지만, 실제로 모은다고 말할 수 있는 건 2년 전부터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시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계는 티쏘의 크로노그래프 시계이다. 첫 직장 퇴사 후 고생한 나를 위해 어떤 선물을 하는 게 좋을까 쇼핑몰을 찾아보다 이 시계를 발견하게 되어 구매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시계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두 번째 직장에 다니면서 루미녹스 다이버 워치와 시티즌 크로노그래프를 구매했다. 루미녹스는 영롱한 녹색 다이얼에 대한 로망 때문에, 시티즌은 청판 크로노그래프에 대한 로망 때문에 구매했다.

다음 직장에 들어갈 때에는 해밀턴 다이버 워치와 갤럭시 워치를 구매했다. 해밀턴은 처음 구매한 오토매틱인데, 난생처음 만져보는 거라 포장 열고 용두 감는 것부터 많이 헤맨 기억이 있다. 갤럭시 워치는 바이오데이터 측정용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고, 다이얼과 시계줄을 바꾸는 게 쉬워 기분 전환용으로 다양하게 꾸며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산 미도 드레스 워치. 셔츠류를 즐겨 입기 때문에 드레스 워치 하나쯤은 있어도 좋을 것 같아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래된 시계는 군대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지샥시계이다. 군대 때도 잘 썼고, 제대 후 지금까지도 운동할 때 간간히 착용한다.

3.
손목시계 가격을 보면 비교적 저렴한 제품부터 비싼 제품까지 가격대 범위가 상당히 넓다.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라면 가격차이가 크지 않을 텐데, 이런 걸 보면 손목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만은 아닌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지내온 시간, 혹은 기억이나 감정을 손목시계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남기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추측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딱히 이런 의지를 가지고 시계를 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나중에 내가 구입했던 시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시계들을 샀을 때의 상황, 감정, 기억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검은색 크로노그래프에서는 쉬고 싶은 마음, 녹색 다이버 워치에서는 신났던 기억, 파란색 크로노그래프에서는 멋져 보이고 싶었던 당시 마음, 파란색 다이버 워치와 스마트 워치에서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을, 드레스 워치에서는 순수함을 원하는 마음을 떠올린다.

4.
손목시계를 구입하면서 내 취향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가게 되고, 그에 맞춰 시계를 보는 눈도 더 까다로워진다.
어떻게 보면 이 과정은 나의 시간과 기억, 그리고 감정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시계를 통해 보다 더 섬세한 방법으로 표현하게 되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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