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독서 일기 - 대담한 도전

by 슬시

새해의 특수성 때문인지 연초에는 행동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끌린다. 2023년 초에는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를 읽으며 내향인이 얼마나 외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봤다. 저자 제시카는 스스로를 수줍음이 많고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가족과 다르게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여긴 적도 있다. 어느 날, 구덩이에서 빠진 것 같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제시카는 1년 동안 외향적인 사람처럼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책에는 이전의 자신과 달라지기 위해 애쓴 1년의 분투기가 담겨 있다.



외향적인 사람이 되겠다 결심하고 한 일은, 저자보다는 덜 내향적이라고 생각한 나도 도전하고 싶지 않은 일이 대부분이었다. 제시카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관중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앱으로 친구를 사귀고 즉흥 연기 수업을 듣고 하다하다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도전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저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단 말인가 하는 절망감과, 저자가 도전한 일을 따라하고 싶지는 않다는 단호함을 번갈아가며 느끼며 이야기를 따라갔다. 나도 달라지고 싶고, 달라진 제시카는 멋지지만, 저 정도로 도전하고 싶지는 않아… 가 솔직한 마음이었다.






시드니에서 버스를 타면 버스운전사에게 인사를 건네는 승객을 자주 볼 수 있다. 보통 내리기 전에 “Thanks!”를 외치거나 손을 흔든다. “Cheers”, 땡큐보다 짧은 “Ta”를 외치는 승객도 많다. 전에 살던 집은 기차역이 가까워서 버스 탈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이사 온 곳은 역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역까지 걸어가기 더운 날에는 버스를 타곤 한다. 전보다 버스를 자주 타게 된 2025년의 첫 시도로 ‘버스운전사에게 감사 인사하고 내리기’를 골랐다. 너무 작은 결심일까? 하차벨을 눌렀는데도 버스 뒷문이 안 열리면 “문 열어주세요”라고 외치는 대신 한 정거장 더 걷기를 택하는 나에겐 이것도 충분히 대담한 도전이었다.



올해의 시도를 결정한 후 버스를 탈 때면 내리기 전에 인사를 꼭 하고 내린다. 짐이 많고 뒤에 사람이 밀려 있어 말할 타이밍을 놓치면 손이라도 흔들고 내린다. 조금 여유가 있던 어느 날엔 카드를 찍고 운전자 쪽을 바라보며 “Thank you”를 외쳤다. 그전까지는 인사한다는 행동에만 집중하느라 인사를 듣고 있을 사람을 일일이 바라보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버스 운전사는 내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곧 “See ya!”라는 말이 돌아왔다. 나 좋자고 한 일이긴 했지만 상대방의 반응에 기대치 않은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전한 감사가 누군가에게 정확히 닿고 있었는지, 그제야 궁금해졌다.



제시카는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고 궁금한 것들을 전문가에게 묻곤 했다. 상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대화 방법은 뭘까요? 제시카의 질문에 행동과학 교수인 닉은 사회생활은 상호 관계로 결정된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 준다. 어떤 여행지에서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바깥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죽은 사람 보듯 쳐다봐서 불편했는데, 곧 자신이 똑같은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더니 그들 역시 자신에게 미소를 되돌려줬다고. “제시카, 누구도 먼저 손을 흔들진 않아요. 하지만 상대방이 손을 흔들면 ‘모두’가 손을 흔들어요.” 올해는 먼저 웃고, 손을 흔들며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제시카 팬,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링크)

제목_없는_아트워크.jpg


작가의 이전글시드니 독서 일기 - 2025년 첫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