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렛 엄마들은 복도 많지

되는 일은 없는데, 복은 많다

by 전이야

처음엔 제목이 농담인 줄 알았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되는 일 하나 없는데 복이 많다니,
이건 거의 인생에 대한 장난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그 ‘복’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앞날은 안 보이는데,
이상하게 곁에 사람은 남아 있는 인생.
말없이 밥을 같이 먹어주고,
괜히 옆에 앉아주는 사람들.
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복이었다.


그 장면을 보다가
아차 싶었다.


이거…
투렛 엄마들 얘기같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본다.

투렛 엄마들은 복도 많지.


아이의 투렛 증상과
주변의 반응을 먼저 떠올리다 보니
외출 하나, 약속 하나를
늘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게 되고,
어느 순간 생활 반경이
집 안으로 점점 줄어들어
사실상 칩거에 가까운 생활이 되기도 한다.


투렛은 자라면서

상이 완화되는 경우도 많아서

내일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오늘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실망이
늘 함께 한다.


어떤 날은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안도하면
또 언제 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곧바로 따라붙는다.


투렛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도 하고,
나빠졌다가 다시 나아지기도 한다.
그 경과는 예측할 수 없다.


투렛은
신경발달질환이다.

치료약도, 치료법도 없다.

그래서 투렛은
완치가 아니라 완화가 목표다.


그렇기에

엄마의 목표는

어떻게든

일상을 유지하는 것,
학교를 가고
밥을 먹고
아이가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게 하는 것.

그 하루를 엄마의 한숨과 울음으로 닫는 것.


이 하루를 지나며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찾게 된다.


자조모임을 만들고,
모두를 위한 캠프를 열고,
아이를 위해 투렛을 더 공부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책을 함께 읽으며,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다고

내일은 기대하자고
서로를 향해 웃곤 한다.


모든 게 좋아지지 않아도,
오늘을 건너갈 힘은
그 ‘서로’다.


앞은 여전히 선명하지 않지만,
곁에 사람이 있고,
같이 웃고 한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 삶은 계속된다.


자조모임이 중요한 이유는
해답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해답 없는 시간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되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도
따뜻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소망.


그것이 있어서
찬실이는 복도 많다 했듯이,
투렛 엄마들도
복이 많다.


찬실이가 그러하듯,
우리도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덧말

이 글에 나온 자조모임은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뚜렛병협회에는
투렛 당사자와 가족들이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혼자가 아닌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투렛, 그 가벼운 고통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