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벨포르
이른 아침, 도로에서 차가 멈췄다. '벨포르'라는 스위스 접경지역에서 정말 '잠'만 자고, 스위스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는데 버스가 밤새 얼어버린 소소한 사고가 있었다. 딱히 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차가 얼었다고 해서 당황. (참고로 2022~23 겨울, 유럽은 이상기온으로 그렇게까지 춥지 않았다)
한 10번 정도 시동을 걸었을까? 덜크덩거리며 시동이 자꾸 꺼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어느 아주머니는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으셨다ㅋㅋㅋ(아, 나 지금 단체여행중인게 맞구나 하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남편 분이 차 관련해서 일을 하셨어서 차잘알이셨다고 한다. 딱히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분명 차에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계속 '시동'만 거는 기사님. 이래서 스위스로 넘어가겠냐는 생각과 함께 일기나 쓰자-하고 메모장 앱을 켰다.
한국과 일 해결방식과 속도가 전혀 다른 것 같아 당황했다. 마음 급한 한국인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했을까 잠시 상상해봤다. 아마 바로 본사측과 연결해서 새로 차 하나 보내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끝내 시동은 잘 걸렸다고 한다.
#당시 날것의 일기
230123
지금은 벨포르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길. 차가 몇 번이고 덜그럭대더니 멈췄다.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다행히 괜찮은 것 같다. (그때 또 덜크덩-) 아니 안.. 괜찮...다. 또 멈췄다. 스위스로 잘 넘...어 갈.. 수 있는 거..겠지? 2시간 걸린댔는데 솔직히 3시간은 걸릴 것 같다.
가이드님 왈 버스는 하루에 15시간까지 운행 가능하며, 법적으로 11시간 쉬어야 한다고 했다.
3박 4일쯤 일하고나면, 하루이틀은 무조건 쉬어주고, 컨디션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일정으로 일하게끔 되어있다고 한다. 유럽은 워낙 장거리여행이 많다보니, 꼭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과 권리는 얼마나 중요하던가.
어제 유로스타에서 50분 정도 일기쓰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너무 좋았다.
잠시나마 혼자 배낭여행 온 느낌! 캡슐 안에 둥둥 떠다니는듯한 무드로 혼자 슥삭슥삭 일기를 썼다.
아쉬운 점은 단체여행이라 스케쥴을 딱딱 맞춰야하기 때문에, 여유있게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쓰기가 조금 어렵다. 피곤해서 쓰지를 못한다. 오늘부터는 메모장을 켜서 부지런히 남겨야지.
베른 - 융프라우
덜컹거렸던 버스는 언제 그랬냐는듯 스위스 수도 '베른'에 이르렀다. 이 곳은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
스위스에 발이 닿을 쯤, 모든게 아름다우면서도 완전히 새롭진 않았다. 이미 유럽 건축양식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다만, 내가 정말 스위스에 와있는 걸까? 세상에.. 그런 인지를 할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감정과 감동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 풍경을 눈에 담으며 여긴 유럽이다. 유럽이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이다."라 생각하며, 도시 별로 완전히 다른 풍경을 다시 한 번 인식하려 눈에 담았다.
사진으로 보니, 확실히 각 도시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조용한 동네 느낌의 베른. 그럴 수 밖에 없었던게 매우 이른 아침이었고, 아직 열지 않은 상점이 대부분이었다. 머무르기보다, 슥슥 스쳐지나쳐간 도시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나중엔 스위스도 따로 여행와서 시티 하나하나 느껴보고 싶다.
스위스에서는 따로 가이드가 없었다. 아마 스위스에서 딱 하나 찍고 가야하는 관광지는 결국 '융프라우'이기 때문일까. 도시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인솔자님이 하나하나 해주시고, 슥 넘어가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솔직히 그건 조금 아쉬웠다.
이 곳은 아인슈타인 하우스. 실제로 살던 곳이었다고 한다. 1층은 카페, 2층은 박물관이라고. 당연히 우리는 사진만 1장 남기고 슥 패스했다.
여행하다보면, 가장 재밌는 게 [익숙한 삶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레스토랑 문을 닫으며 외부에 둔 식탁과 의자를 스위스에서는 저렇게 고정시켜뒀다. 이외에도 비데를 쓰는 방식, 세면대 쓰는 방식, 문 여는 방식 등 소소한 삶의 문제를 각각 다르게 풀어가는 점이 재밌다.
베른 시계탑 찍고 다시 후다닥 버스 타러 가는 길.
잠깐이지만 베른 시내를 돌아봤다. 엄청난 뭔가가 있다기보다, 베른을 들렸다. 딱 그 정도의 관광이었다.
다시 차에 올라, 점점 '스위스'스러운 광경을 마주했다.
그리고 조금후, 육개장 파는 한식당 도착!(갑분 한국ㅋㅋ) 한식당 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신난다..(뼛속까지 한국인) 와중에 재밌는 문구를 발견했는데, 무려 한식당에서의 '양치 금지' 사인판이다. 유럽에서는 공공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것이 매우 예의없는 일이다. 비매너라고 생각한단다. 오히려 바로 양치 안하는게 비위생적인 것 아닌가? 싶지만, 여튼 다른 포인트가 있나보다. 가는 한식당마다 쉽게 저런 문구를 볼 수 있었다.
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ㅋㅋㅋ
갑분 편의점 털기..ㅋㅋㅋ
융프라우 가기 전에 편의점 들러서 오늘 먹을 간식을 주섬주섬 (조금 많이) 샀다. 패키지다보니, 굳이 기념품을 사러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이렇게 중간중간 들리는 곳에서 비축해뒀다가 한국에 가져온 기념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저 초콜릿도 거의 다 가져와서 선물로 줬다. 조금 더 사서 먹어볼걸..
드디어 융프라우에 간다.
왁...ㅋㅋㅋㅋ스위스에 온 이유이자, 엄마에게 이 유럽여행을 나중에 가자고 설득했던 포인트인데.. "겨울왕국이라는데, 진짜 엄마가 보고 싶은 스위스 날씨 맞아?"라며 극구 말리려 했던 나.... 사과해 얼른.... 겨울왕국, 가을, 봄이 다 느껴졌던 융프라우였다고 한다.
살짝 미리보기로 보자면, 이렇다. (겨울왕국 맞긴 맞음)
근데 올라갈 때 보면, 가을이 섞인 겨울같다. 그래서 정말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내가 보고 싶은 스위스는 봄에 가까웠기 때문에 둘다 충족한 느낌이어서 더욱 후회가 없는 풍경이었다.
자세한 융프라우 후기(a.k.a 고산증 발발 지역)는 다음 편에서 계속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