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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유럽여행] #23. 루체른에서의 24시간

by 하모니블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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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여행기는 실시간 끄적인 휴대폰 메모장

빡빡한 패키지 일정에도 포기하지 않은 밤 일기로부터 글감을 제공 받았습니다.

개인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여행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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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사자상 - 카펠교 - 유람선 투어 - 리기산



하루에 이 모든 스케쥴을 소화하는 것이 바로 K-패키지투어....

여행의 2/3쯤 되었을까.

엄마의 꿈이었던 스위스 땅을 밟고 있었다.

근데 이제 '고산병'을 곁들인..


스위스 첫 째날. 융프라우에서 속이 울렁대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다음 날 바로 또 '산'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설마 또 고산증이 오겠어? 걱정하며 애꿎은 멀미약을 털어넣었다.


지금의 나라면,,

"고산증 약 먹고 행복하게 꼭대기 찍고 오겠습니다. 제발 스위스 보내만 주세요."하겠지만

이 날 아침, 거짓말 1도 안보태고 딱 이랬다.

"와, 빡센데..?ㅎ 또 산..을 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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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산이 질려버린 상태였다.

(가이드님. 죄송한데 저 호텔에 그냥 버려주시면 안될까요?

이런 말이 절로 나올만큼 전날 고산증이 심했음)

그래도 뭐 어떡해.

여기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유럽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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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사자상(Lion Monument)

1792년 프랑스 혁명에서 마지막까지 루이 16세를 지킨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한 작품


1821년 덴마크의 조각가 베르텔 토르트발젠(1770~1844)이 기획하고 루카스 아혼(1789~1856)이 1824년 완성한 작품으로 스위스 루체른에 세워졌으며 1792년 8월 10일 봉기 당시 튈르리 궁을 지키다가 단 한명도 남김없이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근위대를 기리는 조각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저래봬도 길이 10m, 높이 6m에 달하는 대형 조각.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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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6세의 후퇴하라는 서신을 제때 받지 못해, 스위스 근위대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전쟁 중, 끝까지 버티며 항복을 외치지 못했던 것은 항복 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믿어도 결국 살해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참전용병이 가난했기 때문에, 용병이라도 되어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다는 것.

적어도 항복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명예롭게 싸워야, 후대의 자기 자식들도 용병 정도는 될 수 있으니 버틴 것이다. 안타까운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사자상은 실제로 봤을 때, 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물 조각상에 슬픔이란 감정을 잘 담은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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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체인지!) 루체른 거리에 도착했다.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자유시간이 적다는 것.

약 5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질 때, 원하는 것을 누려야 한다.

나중에 유럽여행에 가게 된다면, 꼭 시간의 구애를 덜 받고 머물고 싶은 장소에 더 머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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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에서도 시계 스토어가 많았다.

네이버에 당장 롤렉스 시계 검색하면 2-4천만원이다. 대체 저걸 어떻게 손목에 끼고 다닌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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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감성 낭낭한 목조 다리, 카펠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나무 다리로 유명한 카펠교.

스위스 여행 브이로그에서 많이 봤는데, 내 눈 앞에 바로 있어 신기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 다리 끝까지 걸어보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아쉬워 눈물퐁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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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타기 전, 친해진 아주머니가 초콜릿을 주셨다. (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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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 베이커리에서 프레첼도 먹었다 (냠)

특별한 맛 아니고, 그냥 소금 프레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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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에서 (또) (또) (또) 유람선을 탔다.

1개국 1유람선. 이건 국룰인가보다.


가만보자. 3일에 한 번씩, 다른 나라 물 위에 떠있는 경험을 하다니..

풍경이 달라 (또) 타도 (또) 새롭고 흥미로웠다.

물에 떠 있는 기억들이 아직 생생한 걸 보면, 후회하지 않을 압축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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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처음 단둘이 떠나는 여행

무거운 캐리어를 다시 싸고, 풀고의 반복을 거치며

피곤하고 예민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장기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 배려하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면 내 여행도 행복했다.


매일 아침 5-7시에 일어나, 졸린 눈 비비며 입에 빵, 잼을 우겨 넣으며

세계여행 유랑을 미리보기 느끼고 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엄마도 대단하다.

이제 엄마와 어디든 다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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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정 '리기산'으로 간다.


유람선을 탈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알프스 산맥이 보인다니..

"저기 저게 알프스 산입니다"라고 할 때마다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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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중.

(이제야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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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겨울이 섞인 뷰.

이래서 스위스 스위스 하는구나..

(괴로웠던 고산증을 뒤로 하고, 행복해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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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꽤 있음에도 군데군데 집이 보였다. 이런 곳에는 숙소도 많다고 했다.

어떻게 사는 걸까 싶지만, 또 살다보면 적응이 되겠지..?!

아랫마을에 왔다갔다하며 따로 베이스캠프를 두고 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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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산 중턱에서 먹는 점심. ㅋ ㅑ........

(사실 이미 맛은 까먹었지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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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설경 아니냐구요..

리기산은 2,000m 이하라 갈만했다. 기차 타고 쭉 올라가 산책하고 온 가벼운 느낌.

융프라우에선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는데..ㅋㅋ귀 먹먹해지는 것 빼곤 아무 이상 없었다.

그 덕에 이렇게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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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산의 추억이 하나 떠올랐다.

올해 스무살 된 한 남자애가 "누나누나~비닐 있어요?" 하더니

하나 빌려가서 신나게 눈썰매를 탔던 일.

"위험해! 조심해!"를 외치던 엄마와 할머니를 뒤로 하고

그 누구보다 리기산을 신나게 즐겼던 청춘이었다.

진짜 거침없고 귀여워서 패키지 일행이 한바탕 웃었다. 행복했다.

누가 뭐래도 아이같은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날.

그 이후로 좀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편하게 나눴는데,,

가족 단위로 패키지를 갔을 때, 가족-가족의 연대가 일어나는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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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올라온 멍뭉이도 보고..(귀엽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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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가운데서 낭만있게 사진도 찍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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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총평

겨울왕국 + 열정적인 퐁듀집 아저씨 + 고산병 융프라우 + 비닐 눈썰매 + 짧지만 아름다웠던 골목 풍경

엄마가 평생 꿈꾸던 스위스를 함께 왔다.

엄마는 이날 "너 아니면 엄마가 언제 또 여길 와보겠니!"라며

유럽에 같이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마음을 전해왔다.

그 덕분에 언제든 이 시간을 돌아봐도 후회없이 잘했다는 마음이 남았다.


많이 투닥거리도 했지만 이제는 마냥 애기가 아니라,

엄마도 나도 둘다 어른, 여자로서의 대화가 더 쌓일 수 밖에 없다.

그.. 그만 투닥거리고 엄마한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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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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