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내 사업을 3단계로 설계한다면?

콘텐츠가 사업이 될 수 있을까? (feat. 데이지크 연정미 대표)

by 하모니블렌더

01. "이 브랜드는 왜 이렇게 색이 많은거야..?" 올리브영에 들어서면 마치 팔레트 공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컬러의 스펙트럼이 넓은 브랜드가 있다. 바로 데이지크(dasique). 얼마 전 스터디 모임에서 '데이지크'를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브랜드가 의도적으로 '색감'과 '팔레트'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득 One thing이란 책이 떠올랐다. 이미 과포화된 뷰티 시장에서도 '하나'에 미친듯이 집중하면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희망적인 사례였다. 그리고 또 하나 발견했다. 내 파우치 속에도 이미 데이지크 팔레트가 두 개나 있다는 것. "아차, 그들의 전략이 통했구나."


02. 근데 언제 이만큼 성장했지? 데이지크는 런칭 3년 만에 242억을 기록했고, 이후 2023년 510억, 2024년 약 800억으로 추정되는 매출을 달성하며 해외 시장(일본 오프라인, 아마존 시장 등)까지 진출하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놀라운 속도다.


데이지크 창립자 연정미 대표는 브랜드 3개를 운영하고 있다.

1) 바이애콤(BY ECOM) : 스킨케어 브랜드

2) 데이지크(dasique) : 색조 브랜드

3) 애프터블로우(After blow) : 핸드크림&향 브랜드


'바이애콤'은 연정미 대표가 뷰티블로거로 활동하던 시절, 대부분의 화장품이 피부에 자극이 강하고 좋은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문제로 인식하고 비주얼보다 성분을 최우선하며 만든 브랜드다. 런칭 1년 만에 매출 100억을 달성했다. 문제성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성분에 아낌없는 투자한 결과였다.


03. 생각지 못했던 성공이었다. 그러나 그 성공 뒤에는 풋풋한 20대 초 블로거 활동을 하며 5,000개가 넘는 화장품이 바닥에 깔 만큼 '화장품'에 미쳐있던 대표가 있었다. 2017년 SBS 생활의 달인에 '셀프 메이크업 달인'으로 출연할 정도였다. 순차적으로 보면 뷰티 블로거로서 쌓은 노하우와 신뢰도를 스킨케어 > 색조 > 향 브랜드를 만드는데 영리하게 써먹었다.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사업화시킨 것이다.


04. 이 사례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로 했다. 내가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3단계로 확장시킬 수 있을까?

어릴 적 연정미 대표의 열정이 화장품에 있었다면 나의 열정은 어디에 있었을까?

난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를 좋아했다. 이런저런 사연을 받고 음악을 선물처럼 틀어주는 게 좋았다. 가끔 사연도 보내고 선물도 받았다. 라디오 작가를 꿈꿨던 시절도 있었다. 대학교 땐 어린시절의 향수로 잠깐 방송국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 달 만에 그만둔 슬픈 사연..) 대학생 땐 매거진의 피쳐 에디터가 되어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문화를 담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시스턴트로 합격했지만 돌연 워홀을 떠나버렸다.)

20대 중반엔 [We are in 20's]라는 인터뷰 프로젝트에 도전하며 주변에 있는 20대 친구들을 인터뷰를 하고 돌아다녔다. 그저 나와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친구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하는 게 얼마나 재밌던지. 왜 이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뒤엔 어떤 경험이 있을까. 그런 질문들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다. 종종 그 때 인터뷰했던 지인들을 다시 만나면 내가 20대 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며 히히덕 거리는 순간들이 있다.


05. 나의 열정은 '서로 다른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데 있다. 갭이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나와 남의 갭이어 사례를 통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타임라인'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객관식 답을 내리며 살았던 과거에 비해 주관식 답변이 많아졌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떨 땐 아예 틀린 질문을 하고 살아온 건 아닌지 내가 속했던 프레임을 객관화시켜 보기도 한다. 타인과의 끝도 없는 비교 문화도 한 몫 한다. 각자만의 이야기가 사례로서 공유되다보면, 각자의 삶을 보다 존중하고 응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따뜻한 사회를 꿈꾼다.


06. 자, 그럼 3단계 계획을 세워볼까?

1단계 : 갭이어 콘텐츠 제작

- 나의 갭이어 (하고 싶었던 것, 해내야 하는 것 -> 갭이어를 보낸 경험과 현실적인 고민 공유)

- 남의 갭이어 (애프터 갭이어 -> 다양한 갭이어 사례 공유)


2단계 : 맞춤형 갭이어 도구 및 서비스 개발

- 굿즈 제작 (ex. 자기계발 크리에이터 라벤데어와의 템플릿/문구 협업)

- 프로그램 기획 (ex. 디지털노마드에게 필요한 갭데이)


3단계 : 갭이어를 위한 공간 기획

-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각자의 갭이어 목적에 맞는 공간 (테마 별)


07. 1단계인 오리지널리티 콘텐츠를 쌓으며 2,3단계를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끝점은 언제든 번복될 수 있으니까. 당장 내가 원하는 건 <스스로가 필요한 타이밍에 가던 길을 잠깐 멈추고 '갭이어'를 가져도 된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 상황에 따라 갭이어를 마냥 편하게 보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어려움과 고민도 당연히 생생하게 담아내고 싶다. 궁극적으로 내가 전하고 싶은 갭이어는 꼭 퇴사 후 갖는 갭이어가 아니더라도, 바쁜 일상을 살며 잠깐의 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틈에는 조급함과 불안함보다는 진짜 나를 위해 온전히 보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08. 마지막 끝점은 '갭이어'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각자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담긴 공간이면 좋을 것 같다. 시공간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아마 워홀 경험이 나에겐 문화적으로 가장 큰 자극이었을 거다.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한 나의 새로운 에너지를 좋아하고, 그 에너지를 끌고와 나의 일상으로 살아가는 것 만큼 선순환도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 인간의 모방은 보고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본 적 없는 걸 욕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나라는 어린아이를 키워내듯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시간'과 경험'을 선물해야 하는 이유다.


09. 써놓고보니 스무살 중반, 스케치북 한가득 쓴 비전보드가 생각난다. 영어학원 선생님이 매일 스케치북 1장에 원하는 게 턱하니 막힐 때까지 미친듯이 쓰게 하셨다. 돈과 시간의 제약없이 쓰라고 하셨다. 정말 터무니없는 리스트가 많았다. 이제는 나름 현실적인 어른이 되었다고는 하나, 곧 이직 준비를 해야하는 나로서는 이 갭이어 프로젝트를 사업화하는 계획 자체가 터무니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10. 하지만 끝점을 그려놓으니 새롭게 동기부여가 된다. 다른 누구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나의 꾸준한 프로젝트로서 가져갈 수 있겠다는 희망같은 것. 오랫동안 꼬깃꼬깃 접어둔 쪽지를 펴본 느낌이다. 불안할 수 밖에없는 백수생활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다. 워홀 때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나에게 주어진 쉼을 어떤 태도로 누릴 것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One thing. 세상에 갭이어와 나 둘 뿐이라고 생각하고, 컨트롤 가능한 문제에만 집중하며 현재의 시간을 소중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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