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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n년차 콘텐츠 마케터의 브레인스토밍

원래 내 꺼 하는 게 제일 어렵잖아요..?

by 하모니블렌더

01. 오랜 시간 유튜브는 나의 선생님이자 밥친구였다. 약 10년 전, 강남의 한 학원에서 효과적인 영어 교육 방법으로 접한 뒤,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랜선 영어 선생님들을 만났다. 워킹홀리데이 시절엔 한국의 발 빠른 소식통이자 든든한 밥친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유튜브는 나에게 지식과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그 때문일까? 퇴사 후 별다른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도전한 것이 '유튜브'였다.


02. 다행히 나는 7년 동안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해왔다. 카드뉴스 제작, 크라우드펀딩 상세페이지, SNS 운영, 브랜드 기획 및 운영 등 그동안 내 커리어 중심에는 늘 '콘텐츠'가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 콘텐츠를 만들려니 쉽지 않았다. 나를 드러내는 일이라 오히려 더 어려웠을까?


03. 생각지 못한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백수가 되면 한량처럼 유튜브도 하고, 책도 읽고.. 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 전 직장에서 마무리해야 할 프로젝트, 이사 준비, 아빠의 눈 수술, 건강 검진, 미리 잡아둔 약속들, 그리고 갑자기 밀려든 고민까지. 퇴사 후 3개월간 빡빡한 시간표를 세워놓고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어랏. 이러다간 갭이어가 흐지부지 끝나겠는데?" 결국 나는 백수 생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04. 기획자의 치트키 '프레임워크'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브런치에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부터 '페르소나'까지 소소하게 유튜브를 오픈하는 과정을 하나씩 기록했다. 그리고 오늘은 콘텐츠 기획을 가볍게 해보기로 한다.


05. 먼저, 내가 진심으로 해내고 싶은 것을 쭉 적어보자.

① 하고 싶었던 것

- 학습 (영어 → 공인 시험 도전) (철학 / 역사 / 인문학 → 독서) (나 → 강점 검사, 퍼스너컬러)

- 창작 (유튜브 → 키워드 명확한 채널) (여행영상 편집 → 엄마와 유럽여행, 친구와 호주여행)

- 휴식 (국내/해외여행) (몇 년간 만나지 못한 지인들 만나기 → 영어학원 친구들, 엄마가 된 친구들)


② 해야만 하는 것

- 건강 (주 3회 필라테스 → 수업 강도 높이기) (몸, 마음 건강 챙기기 → 건강 검진 + 소화기관 개선)

- 가족 (이사 → 정리정돈) (퀄리티 타임 → 국내여행, 월 1회 패밀리데이)

- 방향성 (회고 → 2024 회고, 7년치 업무 회고, 포트폴리오) (계획 → 2025 계획, 커리어, 40세까지의 그림)


③ 회사를 핑계로 평소 도전하지 못한 것

- 정리정돈 (집, 핸드폰, 외장하드, 업무자료 등)

- 사이드 프로젝트 (ex.갭이어)

- 스크랩 (좋아하는 공간, 소비일지, 재테크 정보)

- 보컬 학원 다니기


06. 위 내용을 토대로 콘텐츠 소재를 만들어본다.

- 학습

1) (영어) 10년 만에 오픽 도전

2) (독서) 독서 루틴 + 문장수집 (철학 / 역사 / 인문학 관련)

3) (나) 강점 검사 + 관련 경험 공유

4) (나) 퍼스널컬러 → 옷, 화장품 정리하기

5) (음악) 보컬 트레이닝 → 목소리 찾기 + 곡 커버 최소 1개


- 창작

1) (영상) 유럽/호주여행 영상 편집


- 휴식

1) (여행) 국내: 강릉 / 국외: 미정

2) (약속) 2-3년간 못 만난 지인들 만나기

3) (스크랩) 시간 많은 백수 →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공간 투어


- 건강

1) (미션) 건강 검진 브이로그

2) (미션) 검진 이후 관리 (쑥차, 쑥뜸)


- 가족

1) (이벤트) 월 1회 패밀리데이

2) (여행) 가족 여행


- 방향성

1) (회고) 24년 회고 / 25년 계획

2) (회고) 업무 회고 (7년 돌아보기)
3) (계획) 삶의 방향성 체크 (40세까지 플랜 그려보기)


07. 다짐한다. 나에게 무의미한 콘텐츠는 만들지 않기로. 거창할 필요 없다. 시간을 투자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경험을 하자. 물론 나는 종종 조회수를 얻기 위해 썸네일을 고민할 거다. 카피도 1/2/3안을 고민하겠지. 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나의 갭이어 시간'을 100% 태우는 채널이다. 내가 나의 첫 번째 구독자가 되어주기로 한다. 나의 시간을 1순위로 생각하며 콘텐츠를 하나하나 만들어보자.


08. 그럼 페르소나는 왜 썼나요? 질문할 수 있다. 사실 페르소나에는 내가 70% 정도 녹여져있다. 결국 나와 구독자의 취향은 어디선가 부분적으로 만나게 된다. 본질을 잃으면 구독자도 금방 알아챈다. 시간을 할애해 나의 콘텐츠를 소비해주는 페르소나를 위해 작은 영감과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한 영상 한 영상 만들어보고, 그 끝에 또 선물처럼 나의 사례를 넘어 남의 사례를 공유하고 싶다.


09. 나의 갭이어 이야기는 시즌1일 뿐. 시즌2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갭이어를 인터뷰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고 싶다. 아마 시즌2를 통해 채널의 메시지가 더욱 뚜렷해질 것 같다. 그리고 구독자들에게도 좀 더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질 거다.


10.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다. "갭이어 유튜브를 통해 최종적으로 닿고 싶은 게 뭐예요?" 가볍게 웃으며 '광고'라고 답했다. 진심이다. '광고'를 받을 정도로 좋은 퀄리티의 유튜브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진짜 본질적인 끝점은 이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서로 존중해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자기만의 서사를 쌓기 위해 필요한 순간 '갭'을 만드는 용기가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다음 글에서는 갭이어 프로젝트의 '끝점'을 남몰래 어디까지 망상하는지 공유해보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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