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본 것들의 기록
코알라가 사는 동네에 살게 되었습니다.
화면이나 동물원에서나 만나는 존재로 알았던 코알라와 이웃하며 산 지 10년,
나의 산책길과 그들의 무탈함이 교차하는 시간들이죠.
걸었고
눈에 들어왔고
자세히 보았고
오래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난주 이팝작가님께서 나태주 시인의 그 유명한 시구를 말씀해 주셨는데,
코알라를 보는 시선과 꼭 맞아 들었어요.
무해함이 빚어내는 다정함을 따라갔습니다.
나무 위에 종종 보이는 코알라들은,
사람처럼 각기 다른 얼굴과 표정 몸짓으로 존재합니다.
갈색계열이나 회색계열 털 색으로도 구분이 갑니다.
다 똑같이 보이는 얼굴도 자세히 보면 눈코입이 다르게 생겼어요.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코알라,
뒷걸음으로 내려오는 녀석.
마냥 잠에 취해 있는 잠만 자는 코알라들에게도
자는 포즈가 각기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한 팔을 올리고 자거나,
엉덩이만 보인채 웅크리고 자는 애,
자다가 귀를 긁기도 하고,
어떤 코알라들은 나뭇가지 사이에 꼭 기어 자고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세상모르고 자는 녀석들도 있어요.
지나가는 인간이 궁금해 보이는 코알라,
뒷마당까지 다가오는 녀석과
사람을 무서워하는 쫄보,
그리고 웃기려고 작정한 듯 얼굴을 나무 사이에 끼우고 몰래 쳐다보는 코알라.
낯선 사람과의 거리가 1미터도 안 되는
나무 그루터기에서 나름 대단한 위장술이라도 한 듯 하지만
귀여운 뒤태는 숨길 수 없는 녀석.
보기 드문 두 마리 장면은
엄마 품에 포옥 안긴 아기 코알라같이 따듯하거나
영역을 위해 치열하거나,
중간은 없다는 것도 알아가고요.
아침 눈부심 속에 야무지게 식사시간을 챙기는 모습들도 귀엽기만 합니다.
폰 앨범에 아이들보다 코알라 사진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살면서 좋아하는 것이 하나 늘었으니 즐거움입니다.
걷는 것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건강함과
코알라들이 무탈히 살 수 있는 자연이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며
오늘도 그들을 만나러 그 길을 나갑니다.
고요함과 괴성이,
무해함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그 길로.
*그동안 <코세권에 살아요>, 무해한 이웃 코알라 이야기, 그 마지막을 꼬깃 모아둔 앨범의 코알라 사진털이로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