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작가가 사랑한 달리기

달리는 자, 쓰는 자, 그들은 왜 달릴까?

by 경쾌늘보



사색을 사랑한 작가들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

그들 대부분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취미가 있다.


바로 사색(思索)이다.


나는 사색을 '생각과 문장 사이의 빈 공간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사색의 시간에 문장은 피어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낚시나 명상, 영화 보기, 음악 듣기, 차 마시기 등 움직임이 덜 한 활동을 통해 사색의 시간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가드닝이나, 싸이클링이나 산악등반 등 조금 더 많이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그 시간을 갖는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걷는 작가들


그중에서도 '걷기'는 작가들에게 가장 오래 사랑받은 사색의 방식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프리드리히 니체, 장 자크 루소, 버지니아 울프, 월터 벤야민, 마틴 하이데거 등 대부분의 작가들은 걷기나 산책을 즐겼던 작가들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연이나 도시의 길을 걷는 것을 통해 사색을 하며, 창작의 물고를 트기도 하고 내면을 성찰하기도 했다. 현실의 문제를 탐구하거나, 그로 인해 사상과 사유를 문장으로 발전시켰다.



걷기를 담은 문학


얼마전, 수지 크립스 (Suzy Cripps)라는 작가가 만든 <걷기의 즐거움, The Joy of Walking>이라는 모음집을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다. 세계의 저명한 작가들이 쓴 문학작품 속에서 '걷기'나 '산책'에 관한 문장들을 골라 엮어놓은 선집이다.


그 책에 제인 오스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찰스 디킨스, 에밀리 브론테, 마크 트웨인, 조지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 등 17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대문호들이다. 그들의 작품 속 '걷기' 장면을 쓴 문장들이 있는 시, 에세이, 소설 등이 보물창고처럼 들어있다.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수많은 작가들이 걷기와 산책에 대해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렇다면, 달리기는?


그렇다면, 달리기는 어떨까?

달리기는 걷기보다 훨씬 더 동적인 움직임이다.

몸이 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땀이 날 때,

생각은 어떻게 달라질까?

창작과 글쓰기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사색의 깊이는 짧아질까, 혹은 더 깊어질까?



러너 작가들


이 책 <작가의 달리기>는 달리기를 사유의 방식으로 사랑한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또 작가들이 사랑한 달리기 이야기이다.

달리기를 통해 사유하고 창작의 세계를 누비는 '러너 작가들'을 모아보고 싶었다.


다시 말하자면, 단순히 달리기 에세이나 러닝을 주제로 책을 쓴 작가들이 아니라,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달리기'를 어떻게 삶과 글 속에 연결해 왔는지를 찾아보는 책이다.



하루키만 있는 건 아니니까


‘작가’와 ‘달리기’라는 두 단어를 함께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 혹은 김연수 작가가 생각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궁금했다.
그 외에도 달리기를 사랑한 작가들이 더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달리기란 무엇이었을까?

왜, 언제 그들은 시작했을까?



작고 사적인 호기심으로부터


자료를 준비하며 안타까운 것은 걷기와 산책을 사랑한 작가들의 자료는 넘쳐나는 반면, 달리기를 사랑한 문호들의 기록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도 국내외 달리기를 사랑하는 작가들 중 10명을 골랐고, 그들의 러닝과 사유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지극히 사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지만, 달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되길 바란다.



함께 달려볼까요?


이 여정에서 작가들의 러닝, 달리는 길, 그리고 그 속의 문장들을 따라,

달리기와 글쓰기 사이의 공간을 함께 걸어보지 않으시겠어요?


매주 수요일 연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