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콤 글래드웰_본질적 고독, 달리기

The Essential Solitude

by 경쾌늘보
나는 달리기의 순수함을 사랑한다.
본질적인 고독.
그것은 마음을 열어주는 방식.


논픽션 작가의 GOAT, 말콤 글래드웰


언젠가 글을 쓴다면,

말콤 글래드웰처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의 글을 좋아한다.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나 사건이 그의 눈에 포착되면 그의 방식으로 분석되고 해석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와 사례들을 엮어가는 그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편견의 장벽을 깨고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의 통찰력이 부러웠다.


누군가 논픽션계의 GOAT(Greatest Of All Time)이라고 칭한 말콤 글래드웰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실을 알았을 때, Yes!라는 마음의 소리가 나왔다.

러너, 말콤을 탐색하며 그의 러닝 스토리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한 순전한 사심으로 말콤 글래드웰, 그를 <작가의 달리기>의 첫 번째 작가로 모셨다.

그는 알려진 러너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에 관한 책을 쓰지 않았다. 게다가 달리기에 관한 문장도 그의 저서에 언급하지 않았기에, 인터뷰나 기사를 찾아 그의 달리기에 관한 생각이나 루틴에 관한 단서들을 찾기로 했다.


마치 말콤 글래드웰처럼.



작가, 말콤 글래드웰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 강연자, 팟캐스트진행자로 꽉 찬 인생을 살고 있는 작가.


세계적 주목을 받은 <티핑 포인트>를 비롯하여, <아웃라이어>, <블링크>, <다윗과 골리앗>,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타인의 해석/ Talking to Strangers>, 그리고 최근작으로 <어떤 선택의 재검토/The Bomber, Mafia> ,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Revenge of the Tipping Point>까지 글래드웰의 책들은 한 번쯤 들어봤거나, 한 권쯤 책장에 있을 법한 책들이다.


그의 책을 단순한 ‘자기 계발서'로 분류하는 것은 얕은 시선일 것이다. 글래드웰은 어떠한 사건이나 현상에 물음표를 제시한다. 그것은 뉴스에 나온 한 소녀의 죽음 일 수도 있고, 세계 대전이라는 큰 주제일 수도 있다.


세심한 관찰력으로 겉모습의 이면을 파헤쳐, 덮혀져있던 맥락을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그리고는 새로운 시각과 의미를 부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Talking to Strangers>이다. AI도 없던 시절 방대한 자료들을 어떻게 수집하고 퍼즐 맞추듯 썼을까 싶을 정도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의 작가 롤 모델은 그의 어머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빠른 청소년, 말콤


말콤은 1963년, 수학 교수인 영국인 아버지와 정신치료사인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영국에서 태어나 6살에 캐나다로 이민 후 미국으로 취업하기 전까지 줄곧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살았다.


캐나다로 이민 와보니 다른 아이들은 이미 하키를 하고 있었는데 본인은 하키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6세)인 듯 보여 깡마른 체질에 맞게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시 캐나다 어린이들은 2살부터 하키를 시작했기에 그는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온타리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대부분의 소년들이 그러했듯, 걷기보다 뛰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아버지도 진지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달리기가 빨라 학창 시절에 달리기 선수를 해본 적이 있다 한다.


말콤은 십 대 시절 빠른 달리기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캐나다에서 가장 빠른 청소년 달리기 선수’ 그룹에 선발되기도 했고,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주 대표로 출전할 정도의 달리기 실력이었다. 13살 때 1,500미터를 4:05에 달렸고, 14살 때는 같은 거리를 3분 55초로 달리는 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다.


그의 16살, 그 당시 그는 더 이상 빨리 달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저널리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며 경쟁적 달리기에서 멀어졌다. 대학교 때 잠시 달리기 대표를 하기는 했지만, 부상과 함께 경쟁적 달리기에 얼마만큼의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한지, 그 나이에 한 가지(달리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은지 확신이 없어 달리기를 떠났다. 이후 달리기보다는 자전거나 다른 운동을 많이 하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빠른 청소년 시절, 이후 올림픽 선수가 된 러너를 제치고 1등 한 장면



50세, 달리기와의 재회


아주 간헐적으로 달리기를 하며 떠나 있던 그가 달리기와의 재회가 이뤄진 것은 50세 때였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라는 아름다운 달리기를 몰랐기에 34년을 낭비했다.”

그는 RunforReal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그가 다시 러닝을 시작한 것은, Mediocre라는 뉴욕의 한 트랙 달리기 클럽을 알고 나서였다. Mediocre는 ‘중간 수준의’ 러너들이라는 트랙 러닝 클럽이었다. 그곳에서는 누가 얼마나 빠른지 혹은 느린지, 또 얼마나 돈이 많은지, 무슨 일을 하는지, 뚱뚱한지 날씬한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즐거움’만을 위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클럽에서는 기록보다는 즐거움(having fun)과 공동체를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였고, 말콤은 그곳에서 달리기의 순수한 즐거움을 회복해 갔다.


말콤은 51세에, Fifth Avenue Mile이라는 트라이얼에서 1마일(약 1.6Km)을 4분 54초에 달렸다.

그는 기록보다 달리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을 ‘중간 수준(Mediocre)’의 러너라고 말한다. 경쟁적 달리기에서 벗어나 레크레이셔널 달리기를 추구하는 말콤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중간 수준’의 사람들이 즐거움을 위해 하는 운동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50대의 말콤 글레드웰, 1마일 5분 15초 38



러너, 말콤 이야기를 찾아


달리기를 사랑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달리기에 관한 책은 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달리기 흔적들을 <에고라는 적/Ego is the enemy> 책의 저자인 Ryan Holiday가 운영하는 Daily Stoic, 팟캐스트와 러너스 월드 매거진, 각종 인터뷰 등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달리기, 하나의 명상


"Running, a form of meditation"


달리기는 그에게 하나의 명상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혼자 달리며, 눈도 귀도 열어둔다. 그러면서 생각도 마음도 오픈한다.


그를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달리기가 책쓰기에 영향을 주는지 묻곤 한다. 그는 직접적 이라기보다는, 달리기는 오히려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했다.


달리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골똘히 집중한다거나어떤 쓸거리가 떠오른다기보다, 달리면서 ‘Daydreaming, 멍 때리기’ 시간을 통해 정신적 여유를 가지고 되고 오히려 이 생각 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게(wandering) 한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스마튼폰 등으로 인해 사라진 ‘멍 때리는 시간’을 달리기를 통해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말콤은 “당신의 마음이 자유 시간을 갖지 않으면 창의적일 수 없다”라고 말하며, 달리기가 그의 글쓰기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달리기의 심리적 측면


티핑 포인트 저자답게, 그는 달리기의 심리적 측면에도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1마일 4분 벽이 깨진 후 많은 사람들이 그 기록을 넘어서게 된 것은 단순한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졌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이런 관점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언급한 ‘도움의 손길’ 개념과도 연결된다. 주변에 기록의 벽이 깨지는 것을 보고 함께 할 수 있게 해 줄 손들이 생기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훨씬 좋은 환경이된다. 달리기로 보자면 그것이 러닝클럽 혹은 러닝크루의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얻은 만족과 통찰을 글쓰기에 접목시키며, 두 분야에서의 시너지를 강조한다.



말콤의 달리기


글래드웰은 저녁 달리기를 하는 러너이다.

아침 시간은 그에게 생각의 시간, 창조적 시간이기에 다른 것을 넣을 수 없다고 한다.

아침 시간에 주로 글을 쓴다.


그는 글쓰기의 장소를 한 곳이나 특정한 곳에 제한하지 않는다. 첫 커리어였던 워싱턴 포스트 등 뉴스룸에서 왁자지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얘기하며 일했던 그의 경험 때문인지 오히려 시끄러운 카페를 찾아가기도 하고 그의 책상에서 쓰기도 한다. 하루에 4곳이나 바꿔가며 쓴 날도 있다고.


그는 달리며 멍 때리기는 것을 좋아하기에 음악이나 오디오북 등 어느 것도 듣지 않으며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가지 않는다. 마치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하는 것처럼 달릴 때도 그렇게 생각들을 자유롭게 유영하게 편이다.


글래드웰은 차 안에서도 음악이나 뉴스를 듣는 것은하루의 끝무렵, 그가 글쓰기나 할 일들을 다 마치고서야 듣는 편이다.


그는 이제 60대를 훌쩍 넘어선 러너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달리기 루틴은 3일 달리고 하루는 쉬는 사이클이다. 다른 운동들도 해봤지만, 달리기 만큼 순수하고 만족스러운 운동이 없기에 나이 들어서도, 80대까지도 꾸준히 달리기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so happy"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달리기의 순수성


"I just like the purity of it."

글래드웰은 달리기, 그 행위 ‘순수성’이라 말하고 그순수함을 사랑한다고 한다.


규칙도 심판도 필요 없고, 구단도 구단주도, 멋지고 화려한 팀 유니폼도 장비도 필요 없는 달리기.

달리기는 진입장벽이 낮은 스포츠라 아프리카 어느 시골 마을의 아이와, 동시에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아이가 동등한 조건에서 할 수 있는 매우 드물고 아름다운 ‘순수성’을 가진 운동이기에 달리기가 더욱 경쟁력을 가지는 요소라고 말한다.


이러한 본질이야말로 달리기의 매력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시작부터 비싼 장비나 특수한 환경이 필요한 다른 스포츠와 달리,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정직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는 달리기를 사랑한다.


글래드웰의 ‘달리기’와 '글쓰기'


“I love the purity of running. The essential solitude. The way it opens up your mind.”

"나는 달리기의 순수함을 사랑한다. 본질적인 고독. 그것은 마음을 열어주는 방식"이라고 표현하며, 그는 달리기가 창의적 사고와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글을 쓰는 것과도 닮아 있다. 혼자만의 시간, 내면과의 대화,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 글래드웰은 말한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사고의 모서리가 부드러워지고, 쓰고 싶은 문장이 떠오르기도 해요.” 그는 달리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창작의 중요한 일부로 여긴다.


이러한 경험은 글래드웰에게 달리기는 생각의 빈 공간들을 만들고 생각들이 떠다니게 하는 시간이다. 그 공간과 시간에 창의성이 생기는 것 아닐까.



달리기와 글쓰기 둘 중 하나를 빼앗는다면?


"만약 아프거나 일정이 너무 바쁘게 되어 글을 못쓰거나, 밖으로 나가 달리기나 운동 같은 활동을 못하게 된다 하면 둘 중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운가요?

둘 중 하나를 빼앗겨야(deprive) 한다면 어느 것을 선택하시나요?"


어느 인터뷰에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바로 대답했다.

"Depriving myself of physical activity is way more painful."

운동을 못하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말콤 글래드웰, 그는 여전히 달린다.



Malcom Gladwell



다음 주는 한국 작가분을 모실까요?^^






작은 부록

2017년, 말콤 글래드웰은 미국의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에게 1마일 달리기 도전을 제안했다. 승부에 내기를 거는 이벤트였고, 수익 전액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온라인 예상 투표에서는 글래드웰이 52%의 승률을 예측했다. 도전은 르브론 제임스의 무응답으로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50대의 글래드웰의 엉뚱함?이 귀엽게 보인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