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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연주자의 연습기록 14

아는 만큼 보인다, 클래식 공연

by 슬슬

살면서 한 번이라도 클래식 음악 공연을 본 적이 있었던가? 뮤지컬, 연극, 발레 공연은 본 경험이 있는데 음악 공연은 본 적이 없었다. 이 사실을 나의 첫 연주회 한 달 전에 알았을 때 꽤 충격을 받았다. 나름 문화예술을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취미 연주자인데 취미로 공연도 본 적이 없다니! 그래서 나는 내 인생 첫 음악 공연을 본 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단순히 감상을 위해 본 공연이 아니라 처음 무대에 올라갈 사람으로서 처음 무대 위의 공연을 보는 거라 거의 공부하는 기분으로 관람했다. 등장 순서는 원래 저렇게 나오는 걸까? 저런 재킷도 괜찮은 걸까? 이 공연은 서서 연주하지만 나는 앉아서 해야 하는데 어떤 자세로 앉지? 아 근데 너무 소리가 아름답다. 저런 깔끔한 재킷은 어디서 사는 건지, 신발은 잘 안 보이는데 어떤 걸 신어야 할지, 악보도 들고 악기도 들어야 하는 건지 하나하나가 물음표 투성이었다. 무엇보다 무대 위의 사람들은 걸출한 프로 연주자들이니 내가 섣불리 이 사람들을 흉내 내도 되는 것인지부터 답이 없었다. 왜 진작 공연을 보고 다니지 않았지? 그랬다면 자연스럽게 공연 문화를 익혔을 텐데!

이렇게 첫 연주회를 보고 얼레벌레 내 연주회도 마친 이후로 공연 관람은 또 다른 취미생활이 되었다. 유명 연주자의 공연은 돈도 없고 티켓도 없어서 못 가지만, 인식하고 나니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공연들이 있던지. 이 악기 소리가 듣고 싶어서, 아는 곡이 있어서, 이날 시간이 되니까 공연을 예매하게 된다. 대에 누워서 세계의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는 시대지만 여전히 라이브 공연에서만 느끼는 포인트가 있다. 영상에서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악기 소리를 캐치하기도 하고, 즐겨 듣던 음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도 하고, 그날 공연장 좌석이 어디냐에 따라 연주자들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보기도 한다. 나는 공연장에 가서야 피아니스트의 뒷모습이 그렇게 들썩이는 줄도 처음 알았고, 수십 명의 단원들이 손의 움직임조차 맞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프로는 괜히 프로가 아니다. 단순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땀 흘리며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까지도 공연의 일부로 여겨진다. 때로는 무언가에 열중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어가기도 한다. 그 사람의 집중력이 공기를 통해 나에게까지 전달되고, 나도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꿈틀거리게 된다. 같이 공연을 본 관객들과 같이 박수를 보내며 그 좋은 감정을 증폭시키고 뜻밖의 앙코르 곡으로 즐거움까지 얻어갈 수 있는 게 현장 공연의 감동 포인트다. 연습하기 싫을 때는 가끔씩 공연장을 찾아 힘을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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