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다가오는 가을부터 강의를 하게 될 전문대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드디어 교원번호와 포털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받게 된 것이다. 들뜬 마음에 서둘러 포털에 로그인해서 비밀 번호를 바꾸고 인터페이스를 둘러보며 익혔다. 좀 달라 보이기는 했으나 금방 익숙해질 것 같아 보였다. 그전 주에 인사팀과의 미팅에서 알려준 교원증 증명사진 올리기 기능을 통해 사진을 올리고 교원 주차권을 신청했다.
둘러보면서 Professional Development Reporting(전문가 역량 개발)이라는 항목을 왼쪽 메뉴에서 발견했다. 클릭해 보니 학과 별로 대학장에게 어떤 활동을 통해서 문성 개발과 경력 향상을 위한 활동을 했는지 보고 할 수 있는 참이었다. 안 그래도 전문대에서는 어떤 활동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학교에 알리는지에 대해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싶어서 영문과를 찾아가 봤다. 거기에 나열된 목록은 꾀나 길고 근사했다.
그중에 내 관심을 끄는 몇 가지가 있었다. 피어리뷰된 논문을 학술 저널에 출간하면 5점을 외부 학회 참석을 하면 3.5점이 주어진다고 되어있었다. 당장은 어렵더라고 박사 학위를 마치고 계속 문학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한다. 그래서 그게 출간될 경우, 그 해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도 5점을 받을 수 있겠다는 김칫국에 들떴다. 그리고 학회는 안 그래도 챙겨 다니고 싶었는데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학교에 전문가 역량 개발이라는 목적으로 학회를 참석하는 거라면 참석하는데 드는 비용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며칠 후에 학과장 선생님과 미팅이 잡혀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좀 찾아보고 궁금한 점을 물어봐야 더 준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Faculty Handbook을 열어보았다. 다 읽어봐야겠지만 일단은 professional development를 문서에서 검색해서 읽어보았다. 매년 full-time faculty는 professional development 점수를 5점 획득해야 하고 part-time faculty의 경우에는 3점을 획득해서 보고해야 한다고 되어있었다. 그럼 나는 full-time faculty이니 학회 2개면 5점이 딱 넘겠군,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60장이나 되는 문서를 쭉 스크롤하면서 읽어봤다. 궁금하던 사항이 꽤 많이 해결되면서 가까이 두면 좋을 문서다 싶던 찰나에 마음이 덜컹하는 문구를 일게 되었다.
Faculty members employed on a one-year contract hold the title of instructor. Faculty members employed on a two-year contract hold the title of professor.
희한한 일이다. 두 페이지 전에는 분명 테뉴어를 주지 않으며 multi-year contract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가 되어있었는데, 2년 계약을 하지 않으면 교수가 아니라 강사라니… 내가 사는 텍사스에는 전문대의 테뉴어,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직을 지난 35년간 서서히 없애서 지금은 거의 모든 전문대에는 테뉴어가 없다는 것쯤은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도 고등교육에 full-time으로 종사하는 사람을 교수라는 명칭을 쓴다고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주에 브런치에 전문대 교수가 되었다고 글을 쓴 것이 뇌리를 스치며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온전히 나의 오만함과 대학원에 진학한 2013년 이래로 교수가 되고 싶은 꿈이 이런 오해를 빚게 된 것이다.
(아직은 몇 안 되는 독자 분들께 명칭으로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명칭을 급하게 바꿔보려고 한다. 나는 전문대 교수가 아닌 전문대 강사다.
역시, 교수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가 보다. 그래, 그렇게 덜컥 교수가 될 수는 없겠지.
과연 나는 그 길을 갈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