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by 서하

착실하게 졸업하고 칼 취직해서 직장생활 하며 돈을 차곡차곡 모아온 또래 친구들에 비해 나는 현금을 못모았다. 경험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으니 나에게 최종 목적지는 돈이 될수 없었고 지금도 그건 똑같다. 모험심이 강했던 20대에는 더더욱 돈은 경험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으니 좀만 돈이 모이면 경험하러 전세계를 누볐다. 덕분에 36개국을 여행하고 혼자 이나라 저나라에서 살아도 보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한 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30대 중반이 되니 노후 준비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면서 예상치못한 변수가 생겼을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나를 지켜줄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안전 자금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돈을 모으고는 있지만, 그건 일정한 정도일 뿐인거고 더 많은 부를 위해서 쥐어짜가며 돈을 모으고 현실의 행복을 희생시킬 생각은 여전히 없다.


사람을 좋아해서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걸 흥미로워하고, 그들을 통해 다른 관점을 배우는 걸 즐기는 내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유형중에 하나는 인색한 유형의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을 볼때 '가오' 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종종 웃음이 날때가 있는데, 여기서 '가오'는 (물론 우리나라 말이 아닌거 같긴 하지만...) 허세나 허영을 뜻하는게 아니다. 나에게 '가오'란 상대가 소중한 사람인 만큼 그 소중함을 돈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마음 또는 능력을 의미한다. 서로 아끼는 소중한 관계라고 말은 하면서도 유독 돈 앞에서는 소극적이고 계산기를 굴리는 사람을 보면 (물론 진짜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딱 그정도 뿐이라는걸 알게 되면서 심리적인 거리가 확 생긴다.


굉장히 현실적으로 삶을 열심히 사는 지인들을 보면 악착같이 돈을 잘 모은다. 사실 참으로 대단해보인다. 얼마나 많이 인내하고 견뎌서 모아내는 걸지, 결국 원하는 목표의 부를 이뤄서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열심히 모으면서도 타인에게도 계산적으로 굴지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더욱 존경하게 된다. 스스로한테는 아끼지만 타인에게는 베풀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건지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은 악착같이 돈에 집착하면서 타인에게 너무 계산적으로 구는 부류다. 그래도 차악은 본인한테도 인색하고 타인한테도 인색한 부류다. 최악은 본인한테는 관대하게 쓰면서 타인한테만 인색한 부류지만, 그건 말하기도 싫어서 논외로 한다. 너무 머리로 계산기 두드리면 그 소리가 다 밖으로 들릴 정도인데 본인만 모르는거같다. 그런 사람을 보면 그사람이 쫓는 신기루가 과연 있긴할까 싶다.


도대체 얼마가 되어야 안심하고 나누는 기쁨도 크다는걸 느낄까? 그런 사람을 가까이서 오래 봐온 결과, 자산이 엄청 불어있다고 해도 그리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나이가 되었다고 해도 절대 안바뀌더라. 큰 계기를 통한 깨달음이 있어서 본인이 결심하고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인색함은 자산의 액수에 따라 변하는 특징은 아닌것 같다.


각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그런 사람들이 나쁘고 잘못되었다고 말할수 없다. 다만 내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너무 다르니까 각자 갈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가 볼때 계산적인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나도 손해보기 싫어하는 내것을 아끼고 싶은 한 인간일 뿐이니까. 그러니 자꾸 점검해볼거다. 내가 계산적이고 인색하게 구는건 아닌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물질적으로 가난해서 인지 아니면 마음이 가난해서인지를 말이다. 사실은 마음이 가난한건데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