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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완규
Jul 12. 2019
좋은 빚과 나쁜 빚의 차이
'현금흐름'이 답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대출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아마도 누구나 큰 금액이든 적은 금액이든 대출을 끼고 살아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큰 금액 대출은 집을 구입할 때의 주택담보대출일 것이다.
그다음은 자동차 구입 때의 할부대출일 테고 누구나 이용하는 소액대출은 신용카드 대금일 것이다.
대출이 전혀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드물지만 있다.
젊은 층보다는 대출절차를 어려워하고 신용카드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이 그런 부류인 것 같다.
그러니까 길에서 폐지나 주우며 산다고?
폐지를 주으며 사는 건 아니지만 빚이 1원도 없어 나름 행복하게 사시는 지인도 주변에 있다.
나이 들어 폐지 줍는 삶이 싫다면 젊을 때부터 인생을 전략적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며칠 전 뉴스에 14억 원이란 복권 당첨금을 8개월 만에 모두 소진하고 좀도둑이 된 사람을 보았다.
이 정도 금액이면 돈으로 돈을 만들어내며 평생 유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그 사람은 그런 전략과 지식이 없었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대출 없이 살아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면 빚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질 필요는 있다.
마치 나쁜 콜테스테롤(LDL) 수치는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높이듯이 나쁜 빚은 가급적 원천 봉쇄하고 좋은 빚만 쓰는 게 빚 권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게다.
그렇다면 좋은 빚과 나쁜 빚을 무엇으로 구분하면 될까?
'현금흐름'이 그 답이 될 것이다.
대출로 인해 현금이 유입되면 좋은 빚이요, 현금이 유출되면 나쁜 빚으로 볼 수 있다.
대출 냈는데 오히려 돈이 들어온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핵심은 '
빚내서 무엇을 샀는가
'이다.
예를 들어 새 차를 할부로 뽑았다.
그러면 그 차로 인해 돈이 빠져나가는가 들어오는가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시간 동안 늘 혼자 타고 다니는데 과시욕 때문에 커다란 중형차를 구입하면 매월 차 할부금과 각종 비용 때문에 분명히 돈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똑같이 할부로 산 차라고 해도 그 차를 돈을 버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돈이 들어온다.
트럭이나 밴을 사서 장사에 이용하거나 매일 여기저기 업무상 출장을 다니기 위해 유지비 적게 들어가는 경차급 승용차를 구입한 것이라면 그 일로 인해 현금창출이 되는 것이다.
또는 병원을 개업하며 필수 의료기구를 들이거나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하여 임대사업을 하기 위한 대출은 좋은 빚으로 볼 수 있다.
매월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갖추기 위한 생산적 대출이라 해도 중간에 대출상환이 구멍 나지 않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역전세라 하여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매월 돈을 내어주는 희귀한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하락하며 전셋값도 크게 하락하자 수십 채씩 갭 투자했던 사람들이 그 차액에 대해 월세처럼 세입자에게 보전해 주는 것이다.
대기업의 순환출자 고리처럼 갭 투자했던 집들 중에 어느 하나가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갭 투자자 중에는 실제로 법원에 파산 신청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2019.4.11 한국경제신문)
사실 본인이 직접 들어가 살 집을 사는 것도 그 자체로는 현금유입이 없으니 좋은 빚으로 볼 수는 없다.
쾌적한 환경에서 누리는 삶의 질이 현금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는 있겠다.
문제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매달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출원금과 수십 년간 내는 이자를 합치면 집값의 두 배를 넘기도 한다.
그런데 2층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해서 한 개 층은 세를 주어 대출원리금을 충당할 수 있다면 그 대출은 좋은 빚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에
거
주하며 방 1~2개 정도를 임대하는 방법도 있다.
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하여 외국인 여행자나 유학생, 대학생 거주용으로 유상 제공하는 것이다.
TV 뉴스를 보다 보니 어떤 신혼부부가 아파트 특별분양을 받기 위해 가짜 임신 진단서를 제출했다 들통난 모양이다. 그 신혼부부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아마도 분양만 받으면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되팔 수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 '로또 분양'을 받기 위한 대출은 좋은 빚일까 나쁜 빚일까?
대출로 획득한 자산이 더 큰돈을 가져다 주니 일단 좋은 빚은 맞다.
단, 분명히 차익을 남기고 팔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게임을 한다는 건 심리적으로 편안치 않고 계약 취소나 형사 처벌 등으로 자칫 헛수고가 될 위험도 다분하다.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분하는 잣대는 결국 소비성 대출인가 생산적 대출인가에 달려 있다.
대출내서 좋은 집에 살며 멋진 차 과시하며 살아가는 자체를 일종의 효용가치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대가로 이후의 인생을 은행에 저당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목적이 남은 평생 빚 갚기 위한 것이 되는 것이다.
대출이 한 푼도 없다고 상상해 보자.
똑같이 출퇴근길이 고단하지만 매월 받는 월급은 개미처럼 모아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기 무섭게 집과 차 대출원리금 빠져나가고 카드대금 결제하고 나면 '월급 텅장'이 되어 버린다.
비록 지금은 내 집이 없지만 매월 저축하는 사람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남들의 위기가 인생 반전의 크나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 가까운 지인이 그랬다.
남들은 죽겠다 힘들다고 하는 IMF 시절에 재테크 문외한이던 그는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손쉽게 자산을 불렸다.
대출 한 푼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는 완전한 자유인이다.
그런데 대출이 전혀 없는 우량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신용평점이 낮다.
평생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지 않고 살 생각이라면 신용평가사가 자기들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매기더라도 요즘 말로 '개 무시'해도 된다.
일견 대출 없이 살아가는 삶이 궁상맞게 보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빚을 권하는 사회다.
자본주의의 중심에는 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예금받아 다른 고객이나 기업에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아 예대마진을 챙기는 게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렇다 보니 유명 연예인 광고모델까지 동원해 신문, 방송에서 대출해 가라고 유혹한다.
굳이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서 간단히 모든 절차를 끝낼 수 있다고 꼬드긴다.
대출절차가 아무리 초간단이라 해도 원리금을 반드시 갚아야 할 대출이긴 마찬가지다.
쉽게 대출받았다고 쉽게 상환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이 '대출'이다.
대출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수입보다 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수입을 갑자기 크게 늘이기는 어려워도 지출을 줄이기는 보다 쉽다.
오랫동안 큰 씀씀이에 익숙해졌다면 그 씀씀이를 줄이는 것도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현명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지출 최소화를 지향해야만 한다.
적게 쓰며 사는 삶이 일견 궁색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럼으로써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남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제1부'
만 보아도 많은 깨우침을 준다.
이제껏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는데 이 영상을 다 보고 나면 분명히 자본주의 속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시청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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