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게 없어서 다행이다.

특별나게


나는 오랫동안 정말 정말

특별나게 잘하는 게 없어서 고민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하나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어느덧 서른아홉이 되었다.


곧 마흔이라는 숫자 앞에서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아직도 특별나게 잘하는 게 없을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특별나게 잘하는 게 없어서 다행이잖아?


그렇지 않았다면,

편입을 했던 과정도,

백가지가 넘는 아르바이트와 일의 경험도,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며 했던 다양한 활동들도,

호주워킹홀리데이와

인도에서의 연수와 취업,

티 브랜드 제작,

카페 창업,

팟캐스트 운영,

수많은 여행들은 아마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제주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삶도.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은

특별나게 잘하는 게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들이 아닐까.

그 덕분에 재미있고 소중한 경험들이

내 삶에 이렇게나 많이 쌓였으니까.


나는 글을 쓰는 즐거움이 큰 사람이고,

그만큼 글감도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특별나게 잘하고 못하고가

정말로 존재하는 걸까.


그것보다

우리 삶에서 나답게,

내 모습으로 살아내는 그 자체가

이미 고유하고 특별하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다행이라고 속삭이며

그 다행함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아보라고,

천천히 찾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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