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다이어리를 써야 하는 이유

그리고 회고를 해야 하는 이유.




다이어리를 쓴다는 건 이제 나에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꾸준히 써왔다. 그래서 누군가 다이어리에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다이어리 쓰는 게 어렵다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누구나 시작은 그럴 수 있는데 말이다. 내가 수영을 배우고 싶으면서도 두려워하듯이.


나도 다이어리에 뭐 대단한 걸 쓰는 건 아니다.

그날 하루,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간략하게 적어둔다.

누굴 만났고, 뭘 먹었고,

어딜 갔고, 어떤 일을 했는지.


그렇게 적어두면

나의 하루가 그냥 흘러가버리는 게 아니라

저장되는 느낌이 든다.

하루를 잘 보관해 두면

그 하루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


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그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무의식 중에 노력하게 된다.


1년이 담긴 다이어리는

과거의 어느 순간에 잠시 머물게 해주기도 하고,

나를 곱씹으며 다음의 나를 준비하게 해주는

마법의 책이 되는 거다.


그러니까 다이어리를 써서

무얼 얻었냐고 묻는다면,

대단한 건 없지만

남들보다 과거에 대한 기억력이 좋다고 할까

다이어리를 펼치면

그날이 내 머릿속에 재생되니까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분위기가 어땠는지까지...


삶이 허무해지고, 나 뭐 했나 싶을 때는

다이어리를 펼치면

매일 무언가를 살아내던 내가 보여서

이내 다시 나를 토닥이게 된다.

때로는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달라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하고,

과거의 나에게 놀라

다시 정신 차리자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렇게 다이어리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다이어리는

나에게 최고의 친구이자 동반자다.

내가 다이어리 공방을

만들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도 그런 친구 같은 존재를

선물해주고 싶어서.


그런데 다이어리는 쓰는 것만큼

회고가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

새해를 앞두고

한 해 동안 쓴 다이어리를 살펴보았는데

나와 맞지 않는 야심 찬 목표들 앞에서

조금 허탈해졌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기 위해

애써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를 잘 모르는 건 아닐까 싶어서.

1년 내내 들고 다녔던 다이어리가

갑자기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둘째를 낳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를 몰아붙였기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새해에는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조급함을 내려두고,

나를 사랑하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을 그리며

매일, 나를 위한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걷고,

읽고,

쓰며.


나답게 살면서도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나를 사랑하며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다.


정갈한 삶을 살기 위해.


올해는 다이어리를 더 자주 펼치고,

회고도 잘해보려고 한다.


2026년을 시작하는 오늘,

당신도 다이어리를 펼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연말에 다이어리 쓰길 정말 잘했다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