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 속의 고양이 - 고양이 전사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계기.

by 사평

고양이 전사들을 구입한 건 어디의 추천글을 보거나 평소 고양이를 좋아했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쇼핑몰에서 특가로 전권 세트를 팔기에 싼 가격에 혹해서 샀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고양이와 사랑에 빠진 첫 만남은 속물적이고 대단치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인연이겠지요.


오늘은 소설 고양이 전사들을 소개함과 함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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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두발 달린 짐승과 농장에서 살던 주황색 털 고양이 러스티는 친구들과 함께 평온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스티는 쥐를 사냥하는 꿈을 꾸며 울타리 밖 야생을 동경합니다. 어느 날 러스티는 용기를 내어 울타리 밖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천둥족의 고양이 그레이포와 만나 전투를 벌이게 되고 천둥족의 대장인 블루스타와 대면합니다. 블루스타는 러스티가 야생을 동경하는 걸 알아차리고 부족과 러스티 자신을 위해 애완동물로서의 삶을 버리고 전사로서의 삶을 사는 것을 권합니다. 러스티는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하고 고향이었던 농장과 친구 스머지의 곁을 떠나 야생으로 그리고 천둥족에 합류합니다. 야생고양이가 된 러스티는 과거의 이름으로 버리고 파이어포라는 전사의 이름을 받습니다.


위 대목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아 버렸습니다. 고양이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야생동물이란 걸요. 시골은 물론이고 아파트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들이 야생동물이란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전 게임을 좋아하니 다른 식으로 말하면 야생포켓몬과 마주하는 기묘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도시와 야생동물은 어울리지 않은 단어니까요.


고양이 전사들을 읽으면서 애완동물이 무엇인가에 대해도 생각을 많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 주장한다는데. 동, 식물을 돌보면서 위안을 얻는 거고 그것을 반려라는 단어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중성화 혹은 사료를 먹여 수명을 연장시키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게 뭔 의미인가 싶었습니다. 애완동물을 기리는 건 순전히 동물의 의사와 상관없이 100% 인간의 바람이고 동물들은 이에 희생당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고양이 전사들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나옵니다. 러스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야생으로 들어갔고 러스티의 조카도 농장을 떠나 러스티에게 맡겨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고양이로서의 진짜 삶이 더 소중하다는 걸 부각하는 장치로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야생은 험난합니다. 고양이처럼 비교적 작은 육식동물이 살아갈 만큼 도시는 녹녹하지 않습니다. 인간에 의해 공격받고 인간에 의해 구해집니다. 도시에 사는 고양이는 야생이든 애완이든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곤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애완 고양이는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고양이의 동거생활이며 중성화 수술과 사료는 인간과 고양이가 서로 같이 잘 지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소설에서 야생고양이의 삶을 부각하는 건. 고양이 전사들의 주제가 '성장'과 '책임'인 것 때문일 겁니다. 인간에 의해 보호받고 안락했던 생활을 포기하고 자유와 야생의 삶을 선택한 러스티는 과거의 이름을 버리고 훈련병인 파이어포의 이름을 받습니다. 부족의 일원이 된 파이어포의 삶은 자유와 함께 부족의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가집니다. 사냥은 물론 자기 몸을 지킬 힘도 없는 미성숙한 아기 고양이와 늙은 원로 고양이를 위해 자신의 먹잇감을 희생하고 유사시엔 부족을 지키기 위해 전투도 감수합니다.


고양이 전사들은 어디까지 소설이고 소설적 재미를 위해 음모와 배신같이 사람스러운 사건이 있습니다만, 생존의 문제만큼은 사실적입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하자 아기 고양이들은 굶어 죽고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지기도 합니다. 현실은 더 할 겁니다. 사방에 위험요소가 넘치는 세상에서 제 명대로 살다 죽는 고양이는 몇 안 되리니 생각합니다.


야생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 정책이 있습니다.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중성화 수술도 있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고양이집 프로그램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인간과 야생 고양이의 관계는 우호 적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5월 아깽이 대란이 일어나면서 아니 대란이 없는 평상시에도 고양이를 학대범의 흔적을 사방에서 찾아볼 수 있고 학대가 아니더라도 캣맘와 주민들의 갈등, 유기묘 등등 별에 별 사건, 사고들이 즐비합니다.


그럼에도 도심 속 야생 고양이 수는 늘어만 갑니다. 고양이의 번식 속도는 순식간이고 늘어난 고양이를 육식동물로서 작은 동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새나 다람쥐 같은 소형 동물을 말이죠. 사람과의 갈등도 빼놓을 수 없고요.

이쯤 되면 야생 고양이를 마냥 보호만 하는 대상이라 생각하긴 힘듭니다. 중성화 수술로 인한 개체수 조절이 실패하면 더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도 있고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유행처럼 번지는 고양이 기르기의 반작용인 유기묘 발생도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애완동물 등록제를 강화한다던가 아니면 세금을 걷어 애견인, 애묘인들의 환경에 도움을 주던가 하는 방식으로요.


고양이를 알아가면 갈수록 애정이 깊어짐과 동시에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냥 싸게 주고 산 소설이었을 뿐인데 고양이가 어떤 존재고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동물이란 걸 알아 버렸습니다.


책 이야기로 돌아갔습니다.


서점에서 고양이 전사들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일단 책 제목이 '고양이 전사들'과 '워리어즈' 둘로 나뉘어 있는데 이는 1판을 1부를 김영사에서 출간했으나 이후 2부 출간 소식이 없었다가 가람에서 새로 책을 만들어 1부를 재출간했기 때문입니다. 즉 김영사에서 나온 책은 고양이 전사들로 가람에서 나온 책은 워리어즈로 나왔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사러 갔다가 서로 다른 표지를 보고 당황할 수 있으니 정확히 알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고양이 전사는 서점의 '문학' 코너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 도서로 분류가 되어 있어 그쪽으로 가야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관해서 불만이 큽니다. 해리포터는 문학 파트에 속해 있습니다.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리포터는 어린이 소설이라 하긴 음모, 배신, 암투 그리고 정치문제까지 있는 꽤나 하드한 소설입니다. 어린이,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어린이만 읽는,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이야긴 아니죠. 고양이 전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소설을 가지고 어린이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둔갑시켜 선전을 하니 제대로 팔릴 리가 없죠. 근래 고양이 관련 수필, 사진집, 웹툰이 대세를 타고 있는 마당에 그 흐름에 올라타진 못한 출판사가 야속합니다. 추가로 하나 더 말하면 '가람'에서 나온 워리어즈는 번역의 질도 나쁜 편에 속합니다. 1부를 구입하실 생각이라면 김영사의 고양이 전사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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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혹은 유튜브 채널에 나오는 고양이는 모두 귀엽고 애교가 넘칩니다. 하지만 가끔은 영상 속 편집된 고양이 모습이 아니라 영상밖에 있는 진짜 고양이들의 삶은 어떤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고양이 전사들을 읽고 진짜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처럼. 누군가도 이 책을 읽고 고양이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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