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팬을 위해서가 아닌, 팬만이 읽을 수 있는 수필..

by 사평

유튜브 스타인 고양이 아리는 그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이 독특합니다. 다른 고양이 스타들은 특유의 귀여움을 어필하여 인기를 얻는 반면 아리는 허구한 날 주인의 손가락을 깨물고 이에 비명을 지르는 주인의 모습, 매번 물리면서도 꿋꿋하게 아리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주인과 애완동물의 모습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인 친구의 모습으로 그리고 연출된 화면이 아닌 일상 그대로의 소박한 모습이 가식적이지 않고 정답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아리 유튜브를 꽤 오래전부터 구독하고 있었고 아리 인형과 책이 출간될 걸 유튜브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책을 구입하기 전 소개 글에 있는 목차를 보고 어떤 내용일까 짐작도 해보기도 했고 꽤나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습니다.


책의 목차는 유튜브에 업로드되었던 영상의 제목입니다. 전 말이죠. 책의 표지와 목차를 보고 해당 영상을 찍었을 때의 상황을 주인이 회상하면서 이에 얽힌 아리와의 이야기를 담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생각한 대로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상에서의 아리와 아리주인 이상의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았고 좋게 보면 해학이고 나쁘게 보면 헛소리일 동화와 만담은 보기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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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필이란 진정성이 느껴지는 수필을 말할 겁니다. 책을 쓰기 위해 억지로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있는 그대로를 내가 지니고 있는 감정과 마음을 그래도 길을 옮겨 남에게 전했을 때. 공감이 되는 것이고 감동이 오는 것일 겁니다.


그렇기에 '고양이의 주인이 되어버렸습니다는' 수필이 아닙니다. 고양이와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긴 하나 그건 유튜브에 올려져 있는 영상의 덧붙힘, 각주의 수준이지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야기 중간에 동화, 만담 따위를 끼어 넣은 파트는 책의 정체성이 뭔지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이 책은 고양이와 내 이야기를 담은 수필이라 생각하고 구입하면 안 됩니다. 유튜브를 구독하는 팬들을 위한 굿즈, 상품 딱 이 수준입니다. 그것도 저퀄리티로 말이죠.


팬들을 위해 책을 제작했다면 수필이 아니라 사진집을 판매하는 편이 좋았을 겁니다. 정말 놀란 게 이 책엔 작은 삽화는 여럿 있어도 귀여운 아리의 사진은 단 하나도 실려있지 않습니다. 삽화가 아니라 해당 목차의 배경이 되었던 유튜브 장면을 사진으로 편집해 컬러로 삽입했다면 팬들을 위한 상품으로써 값어치를 확실해했을 겁니다.


책을 읽고 나서 뒷맛이 매우 나빴습니다. 고양이가 인기라니까 인터넷 스타인 고양이 아리와 아리 주인을 표지에 내세우고 돈을 벌어겠단 심산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감이 없었습니다.


세상엔 좋은 고양이 수필이 많습니다. 아리의 팬이 아니라 고양이 수필을 읽기 원하시는 독자라면 부디 이 책을 피하시라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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