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어시인 Jun 11. 2022

난 당신의 직업병이 좋다!

20분 글 쓰기(11) 내게 최적인 당신의 그 습관

사회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직업과 관련된 습관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우리는 직업병이라 일컫는다.


수어를 오랫동안 가르쳐왔던 농인에게는 청인이나 수어 학습자의 잘못된 수어 동작을 지적하고 고쳐주려는 습관이 있다.


농인 선생님들과 자유롭게 수어로 대화를 하다가 나의 틀린 수어 동작을 어김없이 지적하고 알려주고는 미안해한다. 수업 시간이 아닌데 자꾸 지적해서, 습관처럼 알려주려고 해서 미안하다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에요, 선생님. 제겐 정말 필요한 습관이랍니다! 더 많이 지적하고 더 많이 알려주세요~ 저한테는 얼마든지 지적해주세요~ 제발요 ^^"


그럼 선생님은 이내 피식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하신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관계인가!


누군가는 지적하고 올바르게 바로 잡아주려는 직업병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그 지적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려는 배움에의 갈망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한층 더 발전한다.



뭐든지 기록하고 손으로 적고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내게는 아마도 기록 관련 직업병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수첩과 펜을 매일 들고 다니며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수어를 공부했던 나날들, 중요하고 필요한 지식들, 내가 몰랐던 수많은 수어 문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록을 하면서 나만의 기록 방법을 찾아가고 개발하고 있다.


시각적이면서 쉼 없이 움직이는 수어를 어떻게 하면 정적인 문자와 영구적 자료로 기록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언젠가는 그 기록된 자료를 찾거나 활용하는 누군가에게는 나의 습관, 나의 직업병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소한 거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마구 적어대는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수첩과 펜을 들며 바쁘게 위아래를 번갈아보며 적어댈 것이다.


뭘 그렇게 다 적으려고 하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나는 별 것 아니라며, 그저 적는 습관이 있어서 직업병 같은 거라고 해명하겠지.

 그리곤 내가 했던 말처럼 내게 말하지 않을까?



"아니에요. 더 많이 적고 더 많이 남겨주세요. 당신의 메모, 기록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자료가 될 수도 있어요."



우린 서로의 직업병이 너무나 좋고 소중한 관계이다.



난 당신의 직업병이 정말로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 모르는 것이 힘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