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더 버텼을까

미래에 대한 간절함과 현재에 대한 절박함

by 타인head

무너질 것 같았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잡고 있던 걸 내려놓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현실이 버거울 때, 기대했던 것들이 어긋날 때, 나는 늘 흔들렸다. 그리고 정말이지, 자주 도망치고 싶었다. 그 시절의 나는 매일이 절박함 그 자체였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버겁고, 뭔가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오늘도 끝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견뎠다.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건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 건지, 답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지치게 했다. 누군가에겐 그냥 평범한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하루하루가 간절한 싸움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너져버리면 다시는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매일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고 또 다잡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버틴다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고 조용한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상황이 어려워지면 ‘거기서 벗어나는 것’을 문제 해결이라고 여겨왔다.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상상했던 그림과 다르면 쉽게 실망했고, 기대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나 자신을 먼저 부정했다. 부딪히기보다 피하려 했고, 마주하기보다 멈추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이기 시작한 인생의 패턴이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회피가 아닌 잠시 쉰다는 생각을 했고, 포기하면 내 마음은 편해질 수 있겠지만, 그동안 했던 모든 것을 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만두자’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내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렇게 속삭였다.


“한 걸음만 더 가보자.”


그 한 걸음이 거창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버티게 해준건 작고 소박한 것들이었다.


하루에 글 한 줄 쓰기.

좋아하는 머그잔에 커피 마시기.
나를 위로해 주는 노래듣기.

동네 걷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이 모든 사소한 것들이 내가 한 발짝 떨어져 지금의 상황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다. 그 작은 숨구멍들이 나를 조금씩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하루하루 그렇게 쌓이다 보니 당장 그만두기보다 조금 더 이 상황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그때 멈췄다면, 무엇을 놓쳤을까? 그 생각이 종종 떠오른다. 버틴다는 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자랑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나를 바꿔놓았다. 그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지금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을 힘도 생겼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나는 ‘견디는 하루’가 아닌 내가 선택한 하루를 산다. 쉴 수 있다면 기꺼이 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부터 해본다. 멀리 보며 조급해하기보다, 내 앞에 있는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내가 이룰 수 있는 가장 깊은 변화라고 믿는다. 그때 멈추고 싶었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가장 따뜻한 응원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때 버텼기 때문에 나는 지금 나를 더 잘 돌볼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지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을때 좀 더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하루 하루의 작은 행동들이였고, 버티고 지나온 삶의 그 너머에 새로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