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타인의 시선, 완벽함, 가치충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참 많은 크고 작은 선택 앞에 서게 된다. 진로, 인간관계, 일, 혹은 일상의 사소한 결정들까지.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이런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최근에도 이어오던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을 통해 다시금 실감했다. ‘그만둘까?’ 혹은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마음은, 우리 삶에서 반복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순간이라는 것을.
그 마음이 찾아올 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정말 그만둬야 할까?
아니면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건 아닐까?
그만두는 것도, 계속 이어가는 것도 모두 어렵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종종 멈춤을 부정적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멈춤은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되기도 한다.
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내가 멈추기로 결정했던 이유에는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었다.
1. 두려움 – 실패할까 봐, 틀릴까 봐
가장 보편적인 멈춤의 이유는 두려움이다.
"계속 이 길을 가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혹시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만두는 것도, 계속 가는 것도 아직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는 점에서 두려움은 당연한 마음이다. 특히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더 쉽게 주저앉는다. 실패에 대한 걱정은 행동보다 상상 속에서 더 크게 자라나고, 결국 그 상상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그러나 돌아보면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은 언제나 두려움을 안고도 시도해 본 순간에서 비롯됐다. 넘어져도 괜찮았고, 실패가 곧 끝은 아니었다. 그만두고 싶은 이유가 단지 두려움이라면, 멈추기보다 조심스레 한 발 내딛는 용기가 더 필요한 때일지도 모른다.
2. 시선 – 타인의 기대와 비교의 그림자
때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의 이면에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건 괜찮아 보일까’를 먼저 떠올리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혹시 이상하게 보일까’ 하는 생각에 주춤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것은 인간적인 욕구다. 하지만 인정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진짜 바라는 것과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 쉬워진다.
『내면소통』의 김주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인정욕구는 사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지만, 인정중독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독이 된다.”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연습은 분명 필요하다.
진짜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그만두는 이유도 덜 흔들리고 더 정직해진다.
3. 완벽함 – 잘 해내야만 한다는 강박
“이왕 하는 거면 완벽하게 해야지. 못할 거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나을지도 몰라.”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품었던 말이다. 이 말은 때때로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는 성실함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때, 그 기대는 무게가 되어 자신을 짓누른다.
‘조금만 더 준비해서’,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런 생각들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건 움직임 자체다. 어설프게 시작해도, 불완전하게 내놓아도, 그것은 ‘진짜로 해본 흔적’으로 남는다. 실패보다 위험한 것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가능성만 붙들고 머뭇거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4. 가치의 충돌 – 내가 믿는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깊은 갈등에서 멈추게 된다. 자신이 믿는 가치와, 현실의 요구 사이가 멀어질 때다. ‘이게 옳다’고 믿는 방향과, 외부 세계가 원하는 방향이 다를 때, 마음속 어디선가 서서히 정리해 간다. 사실, 최근에 한 결정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내면에서 ‘이건 아닌데’라는 신호가 반복될수록, 결국 감정은 메말라가고 동기 역시 흐려진다. 그럴 때 중요한 건, 그 간극을 그냥 덮어두지 않고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용기다. 모두가 같은 가치를 가질 순 없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더 단단하게 방향을 잡는다.
"이 일이 내 가치를 존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어떤 선택 앞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
멈춘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찾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없이 멈춘다. 우리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우리는 지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리고 나의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멈춤의 이유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다. 두려움 때문인지, 시선 때문인지, 혹은 완벽을 향한 강박이나 가치의 불일치 때문인지. 이유를 안다는 건, 다음 걸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진짜 나의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향해, 정직한 걸음으로 다시 움직이는 것.
그것이 결국,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