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끝에는 시작이 있다.
저번 주에는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졸업식을 진행하느라 유난히 바쁜 한 주를 보냈다. 행사 준비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숨 가쁜 일정 속에서도, 정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졸업생들이 무대 위를 지나가며 학위증을 받는 짧은 장면들이었다.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고, 한 명 한 명의 표정을 가까이 바라보았다. 어떤 학생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또 어떤 학생은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무대를 빠르게 걸어갔다. 한편, 눈가가 촉촉해진 학생도 보였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저 학생의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어쩌면 누군가는 성취감에 벅차오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간의 고군분투가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기에, 벅찬 감동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드디어 끝났다'는 해방감에 가볍게 숨을 내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제, 시험, 마감, 끝없는 수업과 스트레스. 그 모든 무게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희열일지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복잡한 감정 속에 있었을 수도 있다. 이 길이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이었을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은, 때때로 시작보다 더 두려울 수 있다. 그동안은 수업, 일정, 커리큘럼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졸업과 함께 그 울타리 밖으로 나서는 순간, 우리는 예상치 못한 혼란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에 졸업이라는 순간이 단순히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서막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상 스토리의 서막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하면 바로 이 영화 일 것이다. 바로, 죠스. 이 영화의 오프닝 장면은 음악과 영상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긴장감을 절묘하게 쌓아 올렸다. 저음 현악기로 연주되는 상징적인 두 음의 모티프는 시작과 동시에 불안감과 다가오는 위협을 직감하게 만든다. 이 으스스한 사운드와 함께 밤바다에서 혼자 수영하는 크리시 왓킨스의 모습은 그녀의 무방비함을 강조하며 곧 일어날 공격을 암시했다. 음악이 점점 고조되고, 상어의 시점으로 전환되는 카메라 기법이 어우러지며 공격 직전의 긴장을 극대화시키고, 이 장면은 관객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모든 일의 끝에는 또 다른 일의 시작이 있다.
한 챕터의 마침표는 곧 새로운 챕터의 첫 문장이 된다. 문학작품 속에서도 그렇고, 음악의 흐름에서도 그러하며, 우리의 인생에서도 언제나 그렇다. 졸업식에서 한 학생이 말한 짧은 소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제 시작이라는 걸 느껴요." 그 말은 어쩌면 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장이 아닐까. 우리는 끊임없이 끝을 경험하고, 또 시작을 반복한다. 직장을 그만둘 때, 관계가 끝날 때, 목표하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이 모든 ‘끝’은 어쩌면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한 ‘전환점’ 일지 모른다. 그러니,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이 실패는 아니다. 때로는 마무리를 지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용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가능성이 자란다. 씨앗이 움트기 전, 우리는 흙을 갈고, 돌을 골라내고, 물을 주며 기다린다. 끝이라는 건, 그저 다시 흙을 다지는 과정일 수 있다. 바로 그 위에, 또 다른 시작이 싹틀 테니까.
삶은 우리에게 명확한 매뉴얼을 주지 않는다. 어떤 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만, 또 어떤 일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막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끝에서 스스로를 다잡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회복탄력성이며, 인생의 서사다.
졸업식을 보면서 끝과 시작의 교차점에 선 많은 얼굴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얼굴들 속에서 나 자신도 보았다. 나 역시 수없이 많은 끝과 마주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나로 거듭났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끝을 준비하는 분이 이 글을 읽으시고 계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멋진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는 서막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