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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타인 Head 4 19화

생각이 빠른 것과 앞서는 것은 다르다.

현재에 집중하되 미래를 앞당기지는 말자.

by 타인head

커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현재 커뮤니티 대학에서 매달 20대부터 60대까지의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만나고, 고등학교에서는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만나니 일을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연령층을 두루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길이 있고, 그 길에는 고민과 바람,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묻어나 있다. 커리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미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이 자연스레 앞날을 향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현실보다 미래의 그림에 지나치게 마음을 두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근거로 현재를 판단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 내가 자주 건네는 말이 있다.


“생각이 빠른 것은 좋지만, 앞서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면 사람들은 잠시 멈칫하며 묻는다. “빠른 것과 앞서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빠른 생각은 현재(지금의 상황)를 발판 삼아 민첩하게 움직이게 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점검하고, 작은 행동이라도 시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이끌어내는 빠른 생각의 좋은 예다. 빠른 생각은 현재의 나를 성장시키고 부정적으로 가려는 생각을 차단하게 한다.


하지만 앞서는 생각은 다르다.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이미 결정해 놓고, 그 미래에 맞춰 지금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태도다. “앞으로 나는 반드시 이런 사람이 될 테니, 지금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전제 말이다. 혹은, "내가 이 행동을 하면 이럴거야. 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들을거야" 라는 자기 판단의 생각이다. 이런 태도는 현재의 가능성을 가려버리고, 더 넓은 길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길을 미리 단정하는 순간, 그 길에서 벗어나 발견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기 쉽다.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에 계신 아직 칠순이 되지 않으신 엄마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나는 장수할 팔자는 아닌 것 같아.”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직 젊으신데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라며 툴툴거리곤 한다. 하지만 워낙 자주 하시는 말이다 보니, 결국엔 늘 “오래 사실 테니 걱정 마세요”라는 대답으로 마무리된다.


그럴 때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영어 표현, Anything is possible.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 이 말은 좋은 일에도, 좋지 않은 일에도 모두 적용된다. 그래서 때로는 희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경계심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는, 미래를 단정하지 않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다.


커리어는 긴 여정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수많은 변수를 만나게 된다. 산업의 변화, 예상치 못한 만남, 때로는 우연처럼 다가오는 기회까지… 모든 것이 우리의 경로를 바꾸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기에 미래를 조급히 앞당기려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의 작은 선택과 경험들이 내일을 만들고, 그 내일이 쌓여 결국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다다르게 한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의 길을 성실히 걸어가는 것이다. 미래에 되고 싶은 나를 등대 삼아 방향을 정했다면, 생각은 빠르되 삶은 지금의 속도를 따라야 한다. 미래는 억지로 당겨오지 않아도 제때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오늘의 선택과 경험이 빚어낸, 더 단단하고 의미 있는 미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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