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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s Meet

끝과 끝이 만나다.

by 타인head

12월, 연말이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매년 “벌써 연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올해는 유독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다듬다가, 문득 영어 표현 중에 “Make ends meet”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직역하면 “끝과 끝을 맞춘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 사용할 때는 주로 경제적인 상황에 빗대어 ‘한 달 벌이로 한 달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 표현을 연말의 마음과 연결해 생각해보면 흥미롭다. 한 해 동안 경험한 기쁨과 슬픔, 성취와 아쉬움, 만남과 이별 등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을 “끝과 끝”으로 맞추며 정리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유독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해본 것 같다. 특히 새해에 계획한 것 중 ‘영화 한 편을 시작부터 끝까지 잡음 없이 집중해서 보기’가 있었다. 중간에 핸드폰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여러 편을 몰입해서 본 경험이 생각보다 많아 스스로 뿌듯했다. 정말 끝과 끝이 만난 느낌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자기계발서나 인문서적 위주로 읽는 습관 속에서 소설책을 읽는 계획은 기대만큼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과 다짐들을 떠올리며, 과연 계획대로 실천한 것이 있는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있는지, 끝과 끝이 맞닿아 완성된 것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기대만큼 이루지 못한 일들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과 느낀 것들 역시 소중한 결실임을 깨닫는다. 작은 실패와 부족함조차,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연말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한 해를 점검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부족한 부분과 성취한 부분을 동시에 바라보며, 삶의 균형을 조금씩 맞춰가는 일, 마음과 경험의 끝과 끝을 맞추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making ends meet가 아닐까 싶다. 올해의 끝에서, 내일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새해의 시작과 연말의 끝을 맞추고 다시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 속에서, 우리는 한 해 동안 쌓아온 경험과 배움, 그리고 감정을 고르게 정리하며,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끝과 끝을 맞추는 이 순간, 지난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연결하는 힘을 느낀다. 그렇게 또 한 해를 살아내고, 새로운 한 해를 향해 나아간다.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본다.


올해 내 마음과 경험의 “끝과 끝”을 맞춘 순간은 언제였을까?

올해 계획한 것 중 끝까지 해낸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은 무엇인가?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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