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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신경(Mirror Neuron)에 대하여

인간은 감정 복사 동물이다.

by 타인head


얼마 전 ‘거울신경(Mirror Neuron)’에 관한 글을 읽었다. 거울신경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뇌에서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마주할 때 함께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라고 한다. 한 가지 예로, 이 책에서는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보여준 뒤 손에 쥐게 했을 때 특정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었는데, 이후에는 바나나를 보여주기만 해도 동일한 신경세포가 반응했다고 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예전에 먹어본 음식을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거나, 과거의 추억이 담긴 장소의 사진만 봐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경험의 흔적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뇌 속에서 다시 ‘현재의 감정’처럼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볼 때는 어떨까. 누군가를 바라볼 때는, 혹은 티비나 영화의 화면에 나온 배우들의 표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따라 움직인다. 상대가 웃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고,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는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우리는 흔히 ‘상대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머리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의 진동이 내면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경험인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마주한다.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편안함을 주고, 또 어떤 사람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타인의 불안, 분노, 따뜻함이 거울신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이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단순한 개인 취향이 아니라, 나의 정서적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 된다. 만약 오늘 어떤 사람이나 사건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날이라면, 그 감정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나를 다시 웃게 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또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거울신경이 받은 부정적 자극을 긍정의 감정으로 다시 덮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경세포는 마치 플라스틱과 같아서 딱딱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변화에 따라 움직이고 변형된다.


그럼 나 자신은 어떨까. 내가 짓는 표정, 내뱉는 말, 그리고 마음의 상태는 결코 나 혼자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밝은 웃음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환하게 만들 수도 있고, 무심한 표정 하나가 상대의 마음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감정을 비추고 반사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주변의 거울들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나에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잠시 멈춰 그 거울들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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