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향기
10살 딸이 내 옆을 지나가다 문득, "엄마한테서 할머니 냄새가 나!" 하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깜짝 놀라서 “뭐? 내가 늙었다고?” 하고 발끈했더니, 딸은 환히 웃으며 “엄마의 엄마 냄새가 난다고!” 하고 다시 말했다. 그때는 아침 출근 준비하고 아이 등교시키느라 그저 웃어넘겼지만, 그날의 그 말이 이상하게도 자꾸 마음에 남아 쉽게 잊히지 않았다. 한국에 사는 엄마냄새가 나에게서 난다니, 심지어 올해 초 한국을 다녀온 지 벌써 6개월이 지나서 말이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딸아이의 한마디가 그리운 마음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딸아이가 맡았던 할머니의 냄새, 그 익숙하고 포근했던 냄새가 내 안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딸에게도 이런 기억이 오래 남기를. 딸이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나의 냄새를 다시 기억하며, 그 속에서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되기를. 그렇게 우리가 서로의 삶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딸이 나한테서 나의 엄마 냄새가 난다고 말한 것도 참 놀랍고 신기한 일이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애틋함과 연결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는다. 비록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서로를 잇고 있다는 사실, 그 따뜻한 정서가 세대를 넘어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는다.
딸아이에게 할머니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고, 우리 가족이 지닌 소중한 기억과 사랑을 자연스레 이어주고 싶다. 그렇게 딸아이가 커서도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