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이혼
이혼을 결심하고 나니 참 막막했다. 대화가 안통하는 사람(아마 서로 그렇게 생각했을거 같다)과 협의따위는 없었다. 인터넷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검색하고 전화로 문의도 해봤지만 방문예약을 해야 상담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이친구 엄마에게 몇시간만 봐달라 부탁하고 가까운 법원 앞으로 찾아갔다.
법원 앞을 가니 법무법인,변호사,이혼소송,형사전문 등 평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간판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어떤 사무실로 들어가야 할지 망설여졌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마음이 왜 그렇게 쪼그라들던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미리 예약한것도 아니어서 간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담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몇군데 전화를 걸어보다가 그나마 상대방의 목소리에 친절함이 묻어나는 곳으로 결정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늦은 오후 몇몇 사람만이 앉아 있는 조용한 사무실이었다. 입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안내되었다. 잠시 후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눈이 크고 목소리가 굵은 남자가 들어왔다. 나는 당연히 변호사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변호사가 재판을 가서 사무장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이혼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본 사람에게 힘든 이야기를 꺼내려니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울컥했다. 남자는 내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주고 이혼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 설명한 후 착수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계약금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500만원은 내게 큰 돈이었지만 이혼소송을 시작하려면 지불해야만 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뭔가 내가 불리해질것만 같은 느낌이 스쳐갔다. 계약서라는 것이 원래 누군가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약속이기에 걸리는 문구가 있어도 일단 사인을 했다.
아니 사실은 눈물까지 흘리며 주절주절 한 이야기를 여태 들어준 그 남자에게 계약은 생각해볼께요 할수가 없었다.
양육비와 얼마 되지 않아도 재산분할도 해야하고 친권과 양육권을 누가 가져갈것인지 아이들 아빠와 대화를 해도 계속 제자리에 감정만 상하는 것이 더이상 하기 싫었다. 게다가 굳이 이혼의 책임을 따지자면 유책사유는 상대방에게 있었지만 증명할 증거는 부족했으니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나선 길이지 않나.
계약서에 사인도 했으니 이제 뭔가 진전이 있을거라는 기대를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계속...
*우리 서로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