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케이크

by 민들레


오전 11시 경,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전철 좌석에 앉아 졸고 있다. 꾸미지 않은 소박한 차림에 얼굴에 화장기도 없다. 얼마나 피곤한지 얼굴을 들고 입을 벌린 채 정신없이 잠에 빠져있다. 뒤로 젖혀진 목이 저도 모르게 흔들리자 문득 눈을 뜬다. 그러다가 금세 다시 잠에 빠지고 조금 전처럼 입을 크게 벌리면서 깊은 잠 속으로 떨어진다. 고단함에서 오는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쌕쌕~,선 채로 내려다보는 내게까지 전해진다.



그녀의 무릎엔 조그만 케이크 상자가 올려져 있다. 상자위에 올려놓은 그녀의 손이 금방이라도 상자를 떨어뜨릴 것 같아, 나는 케이크 상자와 그녀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곧이어 할 수 없이 허리를 굽히고서 그녀의 케이크 상자를 가만히 잡았다. 만일의 경우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잠시 후 그녀가 다시 놀란 듯 눈을 뜬다. 나는 멋쩍어하며 말한다. “케이크 상자가 떨어질 거 같아서···,” 하지만 그녀는 고마워하는 표정이 아니다. 보이고 싶지 않은 뭔가를 들킨 것 같은, 그런 얼굴이다. 아니 잠에 취한 그녀는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또다시 눈은 감더니 순식간에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리며 잠에 빠진다.



얼마나 고단했으면! 그녀는 밤샘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 모른다. 그녀의 무릎 위에 위태하게 놓인 작은 케이크는 어쩌면 그녀의 어린 딸, 혹은 아들의 생일선물이겠지. 그녀가 눈치 채지 않도록 상자를 가만히 받쳐주며, 오늘 밤 그녀의 가족들이 케이크 상자를 놓고 둘러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한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 삶의 피로도 씻은 듯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