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지하철에서 2

by 민들레



고로나 19가 아니어도 최근엔 보기 어려운, 지하철에서의 에피소드를 적어둔 몇 편의 글이 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한 편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몇 걸음 앞에 여행용 큰 가방의 손잡이를 잡고서 한 남자가 마주 선 사람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무언가를 사정하고 있다. 작은 키에 마른 몸의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의 표정으로 봐서 매우 딱한 사정인 것 같았다. 그에게 인상을 쓰며 손가락질해대는 사람은 지하철 ‘잡상인 단속’ 요원인 듯했다. 남자보다 10년은 젊어 보이는 단속요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려는데 남자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다신 안 할게요. 한 번만 봐줘요, 한 번만 봐줘요.······”

금방 울 듯한 얼굴로 남자가 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했지만 험악한 표정을 한 직원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애원이 하도 간절해서 보다 못한 내가 직원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렇게 사정하는데, 한 번만 봐주지 그래요.”


직원은 내 말을 들은 체도 안 했고, 난감함을 느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누군가 나를, 아니 이 남자를 위해 무슨 말이라도 해주기를 바랐다. 전철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사람은 많았지만 절박한 남자에게 관심 갖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다급해져서 나이 지긋한 어른에게 도움을 청했다.

“직원을 좀 말려주시면 좋겠어요. 저 이가 너무 안 돼보여서요·”


불쑥 튀어나온 나의 오지랖에 나 자신도 놀랐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분의 반응은 너무 뜻밖이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서 그래요. 저 사람들은 안 한다고 하고서도 단속반만 없으면 금방 또 하고 그래요. 그리고 위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직원이 마음대로 봐줄 수도 없을 거예요.”


그렇더라도······. 물건을 빼앗긴다면 자신의 인생이 빼앗긴 것처럼 절망할 듯 한 그 남자의 겁에 질린 표정을 봤더라면 그렇게 말하진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곧 도착한 전철을 탔다. 뒤에 남은 그 초라한 잡상인 남자가 안쓰럽고 염려되었다. 제발 그에게 오늘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요즘은 지하철 내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볼 수가 없다. 그렇게 생계를 꾸려가던 그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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