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으로 먹는 라면
딸아이와 일본을 여행할 때 일이다
우리는 대구에서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
후쿠오카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온천 휴양지로 갈 예정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미리 예약한 에어비엠비 숙소로 갔다.
앱으로 예약한 숙소는 작은 아파트였다.
방 하나와 좁은 주방, 그리고 우리 나라 화장실의 4분의 1정도 되는 작은 욕실에
작은 욕조와 변기, 그리고 특이하게 그 변기위에 세면대가 있었다.
조금 허름한 아파트였지만
이국에서는 그것조차도 이국스러워서 좋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후쿠오카 야경을 즐기며 한참을 걷다가
딸아이가 포스팅해 온 어느 2층 식당으로 갔는데
작은 곳이었다.
무슨 빠 처럼 주방장은 바텐더 처럼 서 있고
그 앞에 바처럼 탁자와 독서실 처럼 칸칸이 쳐저있었다.
무슨 식당이 이렇지?
딸과 나는 동행을 했음에도 각자 앉아서
서로가 서로의 식탁을 보면 안되기라도 하듯
칸이 쳐진 식탁앞에 앉았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레멘이 나왔고
그건 작은 쟁반위에 놓여있었다.
라면을 우리에게 준 주방장은 유일하게 주방과 나 사이에 연결된 창을
닫아버렸다.
네 쪽 중 세 곳이 다 막혔고 남은 뚫린 곳은 내 몸이 막고 있었다.
이런 낯선 풍경속에서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알았다
혼자 먹는 라면이 얼마나 슬픈지를
얼마나 쓸쓸한 지를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운지를
나는 그날 그 기분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물과 함께 라면국물을 삼킨 것 같다.
나 보다
바쁜 점심시간이나
하루를 마친 저녁시간
쓸쓸히 허기를 채우고 있을 누군가,
그런데 그 누군가는
외지에 사는 나의 아들 같은 청년이거나
아니면 가장의 무게에 어깨가 빠질 지경인 나의 남편이 떠올랐다
아직도 나는
남자의 어깨무게를 느끼는 세대인가보다
가끔 라면을 먹을 때면
그 슬픈 밤이 생각난다
밖에는 눈물처럼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나는 눈물을 라면국물에 섞어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