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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pr 03. 2021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출간

서랍 속에서 다시 꺼내 읽는 장르소설 이야기 No.2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꿈의 장르도 다양하다.

3900원짜리 커다란 동전을 넣어야만 작동되는,

높은 탑에 걸린 공중전화가 나오는 동화같은 꿈부터

그만둔지 몇년은 족히 더 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전전긍긍하는 악몽 같은 꿈,

수로로 연결된 지하철 플랫폼에서 정체 불명의 괴물에게 쫓기는 재난스릴러까지.

그런데 이런 황당한 꿈들이 누군가 제작한 꿈이고, 

매일밤 내가 꿈 상점에 들러 주문했던 것이라면?

판타지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바로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요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책을 자주 읽진 못하는데

우연히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오디오북을 접하고 

현자인듯 하면서도 약간은 엉뚱한듯 한 사장 달러구트와

약간 어리버리한듯 하면서도 귀엽고 발랄한 신입사원 페니의 케미에

흥미가 생겼다.

오랜만에 방문한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어떤 내용인지 더욱 궁금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비슷했다.

녹틸루카가 나오는 부분이든가.

숙면을 도와주는 양파 우유 등의 요소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사 마을 호그스미드에서

버터맥주나 개구리초콜릿 등을 살 수 있는 상점 '스리 브룸스틱스', 허니듀크 '를 떠올리게 했다.


해리 포터 및 그린치 등 이런 동화풍의 분위기를 좋아하는지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별히 상상력이 매우 기발하다거나 그런 책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 트라우마와 관련된 을 종종 꾸기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中에서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나한테 정답을 물어보러 왔다가, 내 오답투성이 시험지를 보면 뭐라고 할까?“

비정상적인 수준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머리를 쿵쿵 울리면서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순간,

햇빛 쨍쨍하던 교실이 삽시간에 그늘로 어두워졌다. 그리고 열려 있는 교실 창문을 통해

운동장에서부터 일어난 커다란 파도가 들어오더니,

이내 교실을 완전히 덮쳐버렸다.

‘이걸로 이번 시험은 무효가 되겠구나. 아, 다행이다.’

여자는 반복해서 시험 치는 꿈을 꾸는 동안, 더 이상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그때의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분명하다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사흘 연속으로 시험 치는 꿈을 꾸고 일어난 어느 비 오는 아침,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비 내리는 창가에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시험 기간에 스트레사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대신

어쨌거나 시험을 잘 치러냈던 순간들에만 집중했다.

여자의 꿈값이 지불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도 더는 시험치는 꿈에 시달리지 않았다.

띵동.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의 대가로

‘자신감’이 대량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이 꿈을 꾸고 난 감정에 대해 

후불로 꿈값을 지불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꿈값으로 재테크를 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요즘의 주식투자 열풍을 떠오르기도 하고, 

올해의 꿈 시상식 장면에서는

연말이면 열리는 각종 영화제나 시상식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렇게 판타지 동화 요소 속에 

우리네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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