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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Sep 06. 2021

[SF를 찾아서] 17편/영화 <승리호>(스포주의)

넷픽 특별전(2021.9.1~9.12)/ 넷플릭스 영화 CGV 극장 개봉

그때그때 생각나면 찾아오는 비정기적 SF 장르 리뷰 No. 17

※ 주의 : 이 리뷰에는 영화 <승리호>의 주요내용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알린 영화 <승리호>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넷픽(NETFLIX IN CGV) 을 통해  <승리호>를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넷픽은 9월1일부터 12일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7편을 전국 CGV에서 상영하는 특별전이다.

영화를 보고 제일 처음에 느낀 소감은 역시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것.

만약 TV나 노트북, 탭 등의 작은 화면으로 이 영화를 봤다면 시각적인 쾌감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 같다.  SF 영화를 보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시각적인 만족인데, 

그런 면에서 승리호는 이 점을 그럭저럭 충족시켜 줬다. 

또한 원래 극장 상영에 최적화되었다는 사운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일단, 영화의 기술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했으니

이번엔 스토리면에서 만족스러웠는가를 생각해보았다.

가오갤이나 스타트렉 등 몇몇 영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긴 했지만 굳이 비교하고 싶진 않았다.

장르적 특성상 캐릭터의 유사성과 일부 플롯의 차용 등은 내 기준에서 용인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왜 이상하게 지루한 느낌이지? 

승리호 크루들의 캐릭터나 세계관도 어느 정도 기반은 잡혀있는 것 같은데 

러닝타임은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승리호 캐릭터 설정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비범한 과거와 능력을 지닌 사람들인데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에서는 어딘가 나사 하나씩은 빠져보인다.

승리호의 조종사인 김태호는 과거 UST 지니어스 프로그램의 첫번째 입양자로 

이 영화의 최종 빌런인 설리반의 품에 유일하게 안겨들어왔으며, 이후 기동대 대장이 되었고

승리호의 선장이자 브레인 장현숙은 UTS 지니어스 프로그램의 천재 공학도였으나 

19세에 UTS에 반감을 갖고 탈출, 악명 높은 우주 해적단을 조직하여 활동한 이력이 있고, 

타이거 박은 과거 지구에서 악명높았던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이었고

업동이는 오염지역 침투, 요인 암살등의 임무를 수행한 군용 전투로봇이었다고 한다.

각자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나 불우한 과거로 인한 내면의 상처 때문에 

현재 돈만을 밝히는 속물적인 인물이 되었기에,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나사 하나씩은 빠져 있는 것 같다, 라고 이해해보려고 했으나

초반에 이들이 주고받는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장면들이

이 영화의 방향과 맞는 장면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그냥 저렇게 긴장감을 풀어야 하는 장면 한두개 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의무적으로 집어넣은 아니고? 라는 의문이 슬며시 들려고 하는 찰나

이들을 각성시켜줄 아이의 얼굴을 한 폭탄 로봇, 도로시가 나타난다.

사실, 이 아이는 폭탄이 아니고 나노봇이 투여된 인간 강꽃님으로,

아이의 정체가 밝혀지면서부터 영화는 '꽃님이 및 지구 구하기 프로젝트'로 방향을 선회한다.

꽃님이는 UTS 소속 과학자인 강현우의 딸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능력 등 매우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나노봇이 투여된 이후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영화는 대사 한마디로 설명하고 지나간다)

이런 꽃님이의 능력을 알게된 UTS가 

지구를 파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자 강현우가 딸을 빼돌린 것이다. 

UTS의 수장인 설리반은 지구를 증오하고 있는데다

화성만이 테라포밍이 가능한 곳이라는 슬로건으로 

현재 화성 이주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구인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꽃님이를 '폭탄'이라고 속여 제거하려거 했고, 

장선장은 자체 조사 및 검은 여우단의 진술로 이러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게 된다. 

그런데 꽃님이는 왜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아빠 강현우를 찾지 않는거지?

아빠가 널 찾기 전까지는 일단 잘 숨어있고, 

또 아빠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는 절대 찾지 말라고 했나?

승리호 크루들한테 삼촌, 언니 하면서 잘 따르는 것을 보면 

아빠하고의 유대관계도 꽤 좋았을 것 같은데

그 나이 또래라면 응당 할 법한

아빠 보고 싶다는 그 흔한 말 한마디 없다가, 

영화 중반부쯤 승리호 크루들이 이제 너를

아빠한테 데려다준다니까 좋아하는 모습이 좀 낯설었다.

혹시, 강현우라는 사람의 정체를 관객들한테 먼저 짐작하게끔 해서는 안되니까?

그래서 아빠에 대한 꽃님이의 감정을 숨겼나? 

그런데 이미 승리호 크루들과의 첫번째 거래에서 강현우의 정체와 꽃님이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는데.. 내가 영화에서 놓친 장면이 많았나? 라고 혼란스러워하던 와중에 

두번째 거래에서 강현우가 기동대 대원들한테 사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여기서 드는 두번째 의문. 강현우의 희생은 정말 꼭 필요한 것이었나?

승리호 크루들에게 '가족'을 완성시켜주기 위한 제물로서 바쳐진 것은 아니고?

그의 사살 장면을 보면서 나는

강현우가 도구적 캐릭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강꽃님이 인간이면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라는 설정을 

뒷받침해야 하니까 과학자인 친부가 필요했고, 

이제는 그 설정을 쓰임이 다했으니까 제거당하는 운명을 지닌 인물.

만약 친부인 강현우가 계속 살아있다면??

승리호에 꽃님이가 계속 완벽한 '가족'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그 질문 자체를 원천봉쇄당해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전을 수행할 때 캐릭터가 각각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설정을 머리로는 받아들긴 하겠는데, 

정작 화면상으로는 분간이 잘 안갔다. 그러니까 지금 각각 어떤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거지?

이것은 내가 스토리를 잘 따라가지 못한 탓일 수도 있으니 그냥 넘어간다치더라도

영화 내에서 계속 묘사되었던 

최종 빌런인 제임스 설리반의 떡밥은 다 회수하고 영화를 끝내야지!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분노가 고조될 때면 온몸에 굵게 돋아나는 보랏빛 핏줄의 원인은 무엇인지만이라도 설명 좀 해주지.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거머쥔 승리호의 승리가 꽃님이의 엄청난 능력 때문이었다!

라고 퉁쳐버리는 전개도 아쉬움을 배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스페이스 오페라' 라는 장르의 본질이 광활한 우주를 누비며 벌이는 활극이라면,

영화 <승리호>는 그 장르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는 맛보기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또한 승리호 크루 개개인의 설정 및 관계성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승리호에 모이게 되었는지 등의 과거 서사를 다룬

프리퀄 무비가 나온다면 관심있게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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