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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15. 2023

[SF를 찾아서 19] 보라 새벽의 소리

보라 새벽의 소리 이루카 지음 / 씨드북/ 2023년 6월 

그때그때 생각나면 찾아오는 비정기적 SF 장르 리뷰 No. 19



  이루카 작가가 청소년 SF 소설을 펴냈다. 보라색 표지에 하얀색 고양이가 그려진 표지가 눈길을 끈다. 

내용 역시 고양이와 관계있다. 일명 야옹회.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정새벽은 고양이들이 주고받는 소통 신호를 연구하는 모임의 주최자다. 고양이들이 내보내는 주파수를 분석해 ‘고양이 집회’ 장소를 수집하는 것이 야옹회의 주된 활동이다. 동네 이웃이자 데이터 과학 분석가인 포스캣과 함께 새벽은 고양이 집회 구역을 지도로 만들어 다른 주민들에게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중 이들은 길을 잃은 고양이 ‘소리’를 만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소리의 보호자였던 유보라와 고예나가 정새벽의 집에 오게 된다. 정새벽과 포스캣은 유보라와 고예나로부터 최근 시현동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의 장소가 두 사람이 만들고 공개했던 고양이 집회 구역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포스캣은 정새벽에게 ‘고양이 기록자’ 영상 채널로 유명한 유보라와 ‘고양이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고예나와 함께 고양이 납치 사건을 해결해보자고 제한하고, 그렇게 고양이 납치사건 추적단이 결성된다.            


 평소 ‘신호’와 ‘소통’에 관심이 많았던 정새벽에게 고양이 집회와 그들의 주파수는 엄청나게 흥미로운 주제였다. ‘고양이들이 집회를 열어서 정보를 주고받는다니!’

--- p.9     



그렇게 유보라는 자신이 고양이보다 영상 채널을 키우는 데 더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만을 담은 영상이나 이미지를 찍어 올리는 일을 그만두었다. 대신, 고양이들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 p.33  

        

정새벽은 새벽에 있었던 모험을 머릿속으로 돌이켜 보았다. 터널 안을 달리다 밖으로 나온 것처럼 기분도 마음도 상쾌했다. 포스캣과 유보라, 고예나는 성격도 취향도 말투도 나이도 하는 일도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함께 모인 모습이 잘 어울렸다. 그런 사람들과 야옹회에서 또 같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렜다.

--- p.102



시현동이 스마트 시티가 된다는 것은 그저 그들의 일상을 살고 있을 뿐인 고양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새벽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고양이들은 시현동과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p.127-128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는 우리 동네에도 많이 있다. 길고양이를 싫어해 해코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다행히 우리 동네에 그런 사람들은 없다. 다만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 고양이 사료 그릇을 자기 집 근처가 아닌, 고양이가 자주 다닌다는 길목이라는 이유로 허락도 받지 않고 남의 집 사유지까지 침범해서 놓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몇몇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다. 그런 다툼 속에서도 우리 동네 주민들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 그 행위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다. 시현동은 근미래의 가상 도시이지만, 시현동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보니 어쩐지 우리동네의 길고양이들이 생각났다.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도 시현동의 고양이들처럼 새벽에 집회를 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새벽과 고양이 납치사건 추적단의 행로를 따라갔다. 

  한편 유보라가 영상 공유 채널에 영상을 올렸다가 죽음을 맞은 고양이 사례 등 좋은 의도로 했던 일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스마트’라는 단어가 앞에 놓였을 때, 그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에 대해서도.

 ‘혼자가 어렵다면 함께하면 된다’고 다짐하는 고양이 탐정단을 보며, 나는 지금까지 ‘함께’라는 단어 속에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당연히 제외시키지 않았던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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