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니 내가 보인다

7. '40'이라는 의미

by 뽀이

40세가 되어서는 겨울이 되니 생각지도 못한 손이 트고 갈라져 땡길 때도 있다. 치아도 교정을 했었는데 최근 시릴 때가 이따금씩 생긴다. 나이가 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아쉬움만 가득 할 꺼라 짐작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몸의 장기들이 늙어가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소리치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미래만 걱정하고 몸은 크게 돌보지 않았던 거다. 다행히 나는 몸이 계속 조금씩 굳어 풀어줘야 돼서 치료를 꾸준히 받았었다.


사람들의 관계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딸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어린이집 엄마들과도 어울리게 된다. 또 내가 엄청 사랑하는 독서를 통해 모임에 나가게 되어 만나는 사람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어 좋다. 예전에는 나만 뒤쳐지는 거 같아 힘이 생기지 않았다. 주변 친구, 지인, 친척들은 때가 되면 직장을 다니고 결혼도 하던데 나는 30세가 넘어도 미래가 보장 되지 않는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만 하고 있었으니 불안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졸업 하고 연애를 하게 되었으며 결혼도 하고 예쁜 딸을 낳았다. 지금은 비록 육아와 병행하려니 시간제 일자리 일을 하고 있다. 나중에는 나의 커리어를 쌓아 가정도 바로 서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 꿈 없이 가능한 일은 없다. 먼저 꿈을 가져라.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 말로 -

다른 의미로는 나에게만큼은 시작인 나이다. 2, 30대는 기나긴 준비의 시간이었다. 비록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는 공부하는 시간이었지만 되돌아보면 행복하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꿈을 꿀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직장까지 다닌다는 게 '내가 다 할 수 있을까?' 란 고민도 있었지만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중이다. 여러 역할을 한다는 건 완벽할 순 없다. 최선을 다 하면 그만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네 글자가 있다. 바로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에 최염(崔琰)이라는 장수가 있다. 그의 성격이 호방하고 풍채도 좋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에게 최림(崔林)이라는 사촌 동생이 있었는데, 인물이 변변치 않고 말솜씨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벼슬길이 열리지 않았다. 친척들은 그런 그를 무시했다.

“우리 집안에 저런 못난이가 나오다니! 이 다음에 무슨 큰 일을 하겠어?”

최림은 점점 자신감을 잃었지만 최염만은 그의 인물됨을 미리 알았다.

“큰 종이나 큰 그릇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 마찬가지로 큰 인물도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쉽게 그 재능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내 아우가 그와 같은 대기만성형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다.”

최림은 이 말에 힘을 얻어 쉬지 않고 학문에 정진했다. 그 후, 그는 높은 벼슬에 올라 황제를 모시며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40대가 마지막 기회라고. 보통 사람들은 40대가 되면 끝이라고 손을 놓아 버린다. 딱 그 차이다.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는 삶이 좋다. 열정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아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지 않는가?


나에겐 '40'이란 숫자는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나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는 그 어느 중간의 자리에 머무른다. 그래서 나는 시도 한다. 환경적으로 혼자가 아니라 제한적이지만 이 범위 안에서 누구한테도 원망하지 않고 최대한 하려고 한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인생이니까.


40이 되고 보니 두렵고 무서운 게 없어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조심스러웠다면 지금은 개의치 않는다. 그냥 보고만 있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시작의 알람이 울린다. 시동을 걸어야 움직인다. 그조차 하지 않으면 나란 존재는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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