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니 내가 보인다

1. 답답함을 풀어 준 나의 선물, 책

by 뽀이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지만 앞에 부분만 읽게 되고 끝까지 읽지 못했다. 20대 중반쯤 되었을 당시, 학교를 졸업하고 편입, 각종 공부와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미래가 보이질 않자 불안이 엄습해왔다. 거미의 노래 '갈 곳이 없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없었다. 그 때부터 답답한 마음에 책을 잡아들었다. 처음에는 자기 계발 분야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양이 많아질수록 마음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

홀로 책만 읽기에는 허한 마음이 들어 대학원을 다닐 때, 서울 독서 모임도 다니며 인상 깊은 구절을 기록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무엇을 해야 변화되고 성장이 될까?’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해답은 ‘책쓰기’라는 답을 얻었지만 실천이 어려웠다.


결혼 하고 직장을 다니며 임신과 유산, 출산과 육아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책은 놓지 않았다. 어쩌면 더욱 간절해졌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니 시간적 여유가 생겨 독서모임과 온라인 글쓰기모임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가고 싶은 방향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집중을 못하는 나로서는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챕터씩만 읽는다고 생각했다. 그것마저도 힘이 들 때면 1장씩 끊어 한 달 만에 다 읽곤 했다. 굳이 많이 읽으려고 하지 않았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다. 조금씩 끊어 읽으면서 습관으로 만들었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읽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마음에 풍요를 얻으려고 했던 목적이 궁핍해지면 안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울한 아이였다. 어쩌면 스스로 우울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행복하지가 않았다. 잘 나지도 않았고, 몸도 불편하고,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다고 생각하며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에 갇혀 살았다.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고, 죽고 싶다’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친구들과도 먼저 다가가거나 대화를 나누며 지내는 법이 없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으며 옆에 덩그러니 있었을 뿐이다. 속으로는 말을 걸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다가가지 않는 이상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별로 없다. 결국 내가 만들어 가야 하는 거다. 이 알에서 깨어 날 때까지가 힘들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처럼, 내 인생에 책이 있으니 참 감사하다.


지금은 딸과 함께 책을 읽는다. 딸이 낮잠을 잘 때, 옆에서 앉아 책을 읽고 딸이 혼자 놀고 있을 때, 책을 펼쳐 읽곤 했다. 딸도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보게 되어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요즘은 세계명작에 빠져 등장인물의 역할을 나누어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처음에는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왔지만 지금은 딸이 주도적으로 이끈다. 언어나 문장도 발음은 정확하진 않지만 능숙해져 책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6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뭐라도 해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 1권정도 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책을 읽어 준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엄마의 욕심으로 내 만족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책을 들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하니 너무 좋다.

24개월이 지나도록 '엄마'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아 언어 센터에 방문했었다. "이끌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고민 끝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도 다니고 있지만 나도 함께 어떤 방법으로 해 줘야 하는지 배우게 되었다. 사실 나도 말이 적은 편인데, 덕분에 나도 말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언젠가는 언어 센터에 다니지 않는 날을 고대하며, 독서로 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건 크나 큰 행복임을 느낀다.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마다 책을 펼쳐 읽곤 했다. 많은 생각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져 ‘왜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하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면 ‘괜찮다’고 해 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는데, 나는 왜 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까?’

딸을 키우며 정신없는 나날이 많아 깊은 수렁에 빠지는 생각은 줄어들었지만 ‘결국 딸이 크는 과정만 지켜보다 내 인생은 끝나는 건가?’라는 마음도 든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가 제일 좋은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 나갈지 자신에게 질문한다.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독립이 최우선이다. 내면이 강한 ‘한채명’으로 만들고 싶다. 가족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나를 만들고 싶다. 나를 우러러 볼 수 있게, 그렇다고 잘난 체 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픈 소망이 있다.


현재 인스타에 ‘그림성장연구소’로 활동한다. 처음에는 읽은 책들을 올렸지만 딸과 함께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계정을 바꿨다. 간절함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답답함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 준 계기다. 지금도 직장을 다니며 항상 책을 들고 다닌다. 틈틈이 시간 날 때 읽는다. 앞으로는 동화책을 공부하고 깊이 연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