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처음에는 '나도 이 만큼 했다'라고 드러내고 싶었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하지 않았으면 그 시절에 내가 어떻게 지내 왔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록은 추억에 잠길 수 있게 하고 걱정, 불안, 분노, 외로움까지도 달래어 준다.
문득 기분 전환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었다. 이지성 작가의 '폴레폴레' 독서모임 1기로 참여하게 되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멀고 1년 동안 2주에 한 번 모임에 참석해야 되어 ‘끝까지 할 수 있으려나?’ 하고 걱정했었다.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평일에는 대학원 수업과 연구소 업무, 그 외 자격증 공부까지 하다 독서모임을 가는 날이면 기분이 더 좋아졌다. 대구에만 갇혀 살다 생애 첫 일탈이라 설렘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시작되었다.
독서를 하고 모임에 다녀오면 인상 깊은 구절을 쓰게 되었다. 간혹 느낀 점도 끼적이면서 내 글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한국책쓰기강사양성협회'라는 곳에서 아주 짧은 공저를 참여한 적이 있다. 책 한 권에 오로지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건 경험치 부족인지 엄두가 나지 않아 더 이상 하지 못했다. 그 후로 결혼하고는 현실에 파묻혀 살아내느라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때때로 조금씩 글을 쓰고 저장해 놓을 뿐이다.
학력
경력
자격증
강의듣기(온`오프라인)
봉사
독서기록
이 때 동안 정리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충 이렇다. 나는 상처를 쉽게 받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자주 상처를 받는 건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허한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그런 나의 상태가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지내보려 하지만 불시에 찾아오는 무력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기록은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기록은 하면 할수록 나를 채워준다.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준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기록은 그냥 나 그 자체다.
작가는 좋은 직업이다.
책을 읽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고,
생각하는 것이 창조이고,
글을 쓰는 것이 실천이다.
언제 어디서나 종이 한 장 연필 한 자루면 끄적거릴 수 있고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
평생 직업이고, 저 좋아하는 일이다.
구본형,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이 구절이 너무 좋다. 항상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가득하나, 말솜씨가 없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짓눌려 버린다. 글은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장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글을 통해 내 마음이 투영된다. 나의 속도대로 흘려간다. 빨리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기록은 차곡차곡 쌓여 간다. '쉼'을 선물해 준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가슴이 뛴다. 부지런해진다. 나만의 언어로 살아 움직인다. 그런 즐거움 때문에 계속 쓰게 되고 기록하게 된다. 책을 통해 영역이 확장되고 다양한 공부로 나만의 커리어가 쌓였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할지라도 뒤돌아보면 많은 걸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예전에 김민석 작가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저는 매일 아침 블로그 글쓰기로 용기를 키웁니다. 글을 쓸 때 ‘이게 재미있을까?’, ‘사람들이 이걸 보러 올까?’, ‘이런 후진 글을 썼다고 흉보지는 않을까?’이런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순간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매일 하나의 글감을 떠올리고 제목을 뽑고 편집을 하며 창의성을 단련합니다. 속으로 삭이기만 해서는 절대 발전하지 않아요. 자꾸자꾸 끄집어내야 합니다.』
나는 매일은 아니지만 최근 블로그 쓰는 재미에 맛 들였다. 그냥 누가 보든 말든 혹 ‘내가 아는 사람이 보지는 않겠지?’하고 쫄깃쫄깃한 긴장감도 흥분하게 만든다. 또 다 쓰고 나면 한 편을 완성했다는 뿌듯함도 들고 ‘아, 나도 이 만큼 쓸 수 있네.’ 한다. 그러면서 나의 숨겨진 재능도 발견하게 된다.
초등학생 때, 동생과 동네 동생, 세 명이서 글쓰기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형식의 수업이었다. 그룹으로 해야 되는 데 내 동생이 하기 싫다고 하여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수업을 하면서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렸지만 즐거웠던 기억으로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 때부터 기록이라는 것을 접하며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