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문학적 글쓰기
회사 특강 시간에 Kafka 기술을 알려줄 강사님이 오셨다.
서로 긴장한 첫 시간, 강사님은 간략하게 Kafka를 설명하면서 이야기하셨다.
Kafka라는 이름이 존경하는 작가 Franz Kafka에서 왔다고 개발자가 직접 밝혔습니다. 그런데 뭐, 그냥 하는 말이었겠죠? 개발자 누가 그렇게 책을 읽습니까? 그냥 있어 보이려고 한 말이겠죠.
사실 처음 Kafka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프란츠 카프카를 떠올리고 있던 나는 당혹스러웠다. 어떤 개발자가 문학을 열심히 읽겠냐는 저 사람의 생각보다도 업계에 오래 일했을 사람이 보기에 저 말이 대중적으로 이야기해도 큰 문제없을 거라 판단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그러니까 개발자가 Kafka를 읽었을 리 없다는 생각이 의심스럽지 않은 분위기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실 나도 그 개발자가 Kafka 기술의 어떤 특성을 가지고 카프카의 문학을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정보(Stream)를 받아서 끊김 없이 처리하는 기술의 어디가 카프카 문학의 몽환적이고 불투명한 느낌으로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정말 가장 존경하는 작가라서 이름을 차용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나는 수학과와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개발자가 되었다. 그리고 수학을 더 배우기 위해 공부 중이다. 그럼에도 문학을 손에서 놓친 적은 있어도 떠나보낸 적은 없다. 그래서 Kafka가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일지 모른다고 줄곧 생각해 왔다. 어쩌면 문과와 이과를 나눠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버릇일지 모른다. 고교 시절, 동경하던 해외 유수의 대학들은 어디서나 문학을 중요하게 가르친다고 들었다. 어쩌면 Kafka를 읽어보지 않은 개발자라는 것은 당당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부끄러워야 할 지점일지도 모른다.
개발자가 되어서도 때때로 읽기 위해 문학책을 들고 다녔다. 어떤 책을 읽냐고 궁금해하던 동료들도 있었고 마냥 독특하다고 평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문학이 개발에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리고 완전히라고 답할 수 있겠다. 진짜 코드를 작성하고 설계를 구상하는 순간에 문학은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드를 짜다가 일어섰을 때, 회의에 들어갔을 때, 협력사 직원들을 마주했을 때 문학은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것 모두가 개발의 일부분이었다.
학부 시절에도, 개발자가 된 다음에도 문학을 읽는 이과이기 때문에 느낀 경험들이 많다. 아직 이과생이 문학책을 읽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면, 내 생각과 경험이 어쩌면 당신의 세상이 넓어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