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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lldataguru May 05. 2017

한국 직장인의 미국식 면접 적응기

“Walk me through your resume” 

미국 직장 면접 시 가장 보편적인 첫 질문이다. 한국어로 “자기소개 간단하게 해주세요” 와 비슷한 맥락의 질문이지만, 영어로 들으면 감회가 새롭다. 한국과 미국의 취업과정을 둘 다 경험해 본 필자가 돌아볼 때, 인터뷰 때 하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다. 크게 보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질문, 왜 이 회사를 지원했는지와 왜 회사에서 당신을 뽑아야 하는지, 그리고 부수적인 지원자의 장단점과 경험에 대한 질문들을 한다. 미국 직장 인터뷰가 다른 점은, 면접 과정과 분위기에 있다. 이번 글에서 이 추상적인 차이점을 구체화하고자 한다.


[일대 다? 우리는 한놈만 잡아요]


한국 면접 과정에서 필자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일대 다 혹은 다대다 식의 면접이었다. 각 지원자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경쟁자와 다른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를 축소해 놓은 하나의 서바이벌 게임 같았다. 더불어 워낙 면접관분들이 많아서, 커뮤니케이션은 단방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한 미국 직장 면접은 모두 1:1이었다. 그래서 회사와 면접을 보기 전에 한 사람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 번은 배정받은 30분 면접시간 중 10분을 싸이에 대한 얘기를 한 경험도 있다. 그리고 면접 후에 항상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지원자에게도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조금이나마 알려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처럼 준비해 간 것을 외워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 텔링이 더욱더 중요한 미국 면접 구조다.


흔히 이것을 soft skill 이라고도 부르는데 (스토리 텔링뿐만 아니라, 면접관과의 악수부터 끝난 후 인사까지 면접 과정 전체에서 쓰이는  의사소통 능력을 말한다). 대화보다는 쇼케이스에 가까운 한국 면접에 익숙한 국내 학생이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면접에서 운이라는 요소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배정된 면접관과 안 맞을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의견이 본인의 합격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력서 보고 또 보고]


보통 한국에서는 서류전형 시 각자 홈페이지에 정보를 입력하게 되어있다. 필자는 여러 회사를 지원할 때마다 똑같은 내용을 쓰는 이 시스템을 매우 싫어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 이력서 한 장만 받는다 (간혹 coverletter를 요구하기도 한다). 면접관은 이 이력서 한 장을 가지고 면접을 진행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준비하는 일반적인 질문들 이외에, 이력서를 보고 보고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부분들도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일과 일사이 혹은 학교와 일 사이에 시간 공백이 있다면,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왜 했는지 대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같이 공부하기 위한 휴학/쉬기 위한 휴학에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력서를 보여주고 생기는 의문들을 정리할 것을 권장한다. 


[면접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면접 후, 인사과에서 전해 들은 결과 발표일만 오매불망 기다린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면접실에서 나왔다고 면접이 끝난 것이 아니다. 면접 시작할 때 면접관들이 보통 자기소개를 하면서 명함을 준다. 만약 명함을 받지 못했다면, 면접 마지막 단계에서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때 면접관에게 나중에 질문할 것이 추가적으로 생기면 연락할 수 있도록 명함을 부탁해도 되는지 물어본다면 대부분 흔쾌히 줄 것이다.


면접 후 집에 돌아와서 명함에 나온 연락처로 면접 후 추가적인 질문 혹은 질문이 없다면 간단한 thank you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정석이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메일 한 통이 절대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안 한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필자는 한번 덕을본 경험도 있다. 한 기업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감사 메일을 보낸 면접관들 중 한 분이 필자를 좋게 보고 같은 사내 다른 부서로 추천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물론 결국 다른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분명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는 것이 thank you 이메일이다. (한 가지만 더, 절대 답장은 기대 마시라)


차이점에 대해 기술했지만, 필자는 미국과 한국 면접이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회사와 개인의 밀당인데, 그 무게의 추가 어디 쪽에 좀 더 쏠려있는지 조금 차이가 있을 뿐.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때로는 유학생들에게 크게 다가올 수도 있기에, 미리 알고 준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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