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집 프로젝트 방문기/ 전통주와 위스키의 만남 1회 차
"Wine or Whisky", 내게는 실존적 질문
술을 정말 좋아해서 주말마다 술을 즐기고 있지만, 술을 잘 모른 채 그저 마시기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주든, 맥주든, 와인이든, 막걸리든, 위스키든, 그저 조금씩 해가는 기분이 좋아서 홀짝홀짝 마시긴 하지만 그마저도 잘 알지 못한 채 먹는 게 전부였다. 술에 대한 서적이나 영상들도 많다지만, '마시다 보면 취하는 건 똑같은데 굳이 배워가며 먹어야 할 이유가 있나' 하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렇게 낭비하듯 마셔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와인과 위스키에서.
오미크론이 한창인 3월 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여전히 조심스럽긴 했으나 한 남의집 모임을 예약했다. 2년 전, 제일 처음 남의집을 이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주제와 지역들로 채워져 있었다. 무수한 모임들이 존재하지만 새로운 남의집 모임들을 살펴볼 때 가장 관심이 가던 테마는 바로, '술'과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예약한 모임은 바로, "술로우 라이프 한 잔_위스키&전통주 1회차"모임이었다. (https://naamezip.com/detail/11896)
위스키, 첫 한 걸음
원래는 모임 장소에 20분가량 일찍 할 생각으로 집에서 여유 있게 출발했으나 지하철 시위로 인해 정각에 도착했다. 술로우 공방에 도착했을 때, 공방 내로부터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조명이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졌다. 인테리어도 참 예뻤는데, 금손 아내분이 직접 공방을 꾸미셨다고 했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 넘쳤다.
그리고 시선을 돌리다가, "이곳이 정말 천국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곳은 바로 이곳. 위스키 열댓 병이 즐비하게 서 있고 주변에는 위스키 관련 서적들이 쌓여있었다. 물론 이 모든 술들을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여있는 술병을 보면 설레는 그 맘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모임에 모인 분들은 호스트님을 포함해 6명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는데, 나이도 전공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점이 재밌었다. 그리고 본격 시음회가 시작됐다. 물론 술에 굉장히 해박한 지식을 소유하신 호스트님의 설명과 함께. 위스키뿐만 아니라 술 전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계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분이야말로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일을 것 같다. 나처럼 무작정 마시기만 하는 사람 말고.
웰컴 드링크는 위와 같이 "설하담"이라는 전통주였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약 2년가량 이용하고 있어서 정말 많은 전통주를 먹어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문제는 너무 먹고 또 먹고 계속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 역시 요 설하 담도 먹어본 기억이 있는 술이었다.
전통주로 가볍게 시작을 한 뒤, 본격 위스키 시음을 시작했다. 호스트님은 위스키는 눈으로, 코로, 입으로 맛보는 술이라고 하셨다. 실제로 저 날 시음한 위스키의 향과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색상들마저도 오묘하지만 조금씩 모두 다르다.
처음에는 위스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씩 들어봤을 법한 '시바스 리걸'로 시작했다. 그다음은 제임슨. 아마 위스키를 전혀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씩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위스키이다. 조니워커 블랙라벨도 분명 시음했던 것 같은데 사진이 없다.
위스키의 역사나 술에 대한 설명 말고도,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호스트님께서도 재미있으시다며 위스키를 이것저것 더 꺼내셔서 시음할 기회를 주셨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좋은 술을 마실 때의 장점은, 술에 대해 느끼는 다양한 주관적인 점들을 나누며 맛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wild turkey 101이 완전 취향 저격이었는데, 너무 독한 느낌이 강하다고 하시며 불호를 표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또 하나 위스키에 대해서 신기했던 점은, 향이 독하다고 해서 꼭 맛까지 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병원 알코올 냄새 수준으로 독한 향을 지녔던 위스키가 맛보았을 땐 오히려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 귀중한 위스키들 뿐 아니라 예정에 없던 안주까지도 준비해주셔서 너무나 호스트분께 감사했다. 괜히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나 말고도 모인 분들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즐거움의 결과?
원래 모임은 2시간 내외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새벽 2시에 파했다 :)
호스트님이 정말 유쾌하시고 첫회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임 진행도 잘해 주셔서, 너무나 만족스러운 남의집이었다. 모든 술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보유하고 계신 만큼, 다른 술을 주제로도 또 열어주시면 참여할 마음이 십만 퍼센트만큼 왕왕 있다.
이 콘텐츠는 남의집 서포터즈 거실 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