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집 프로젝트 방문기/나만의 내추럴와인 취향 찾기 8회차
누구나 그렇듯, 와인의 맛을 알게 된 이후로 술에 지출하는 비용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짧은 주말을 술 없이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기에, 나는 정해진 일 없으면 동네친구들이라도 불러 술약속을 만들거나 (MBTI 첫글자 E), 정 못찾으면 혼술이라도 해야 그 다음주를 아쉽지 않게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요즘은 소주보다는 와인을 선호하게 된 듯한데, 직전 포스팅에도 썼지만 술을 공부하며 먹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와인도 '잘 알고 먹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저렴한 와인부터 다양한 와인을 이것저것 마셔본 결과 어느정도 내가 좋아하는 와인취향 정도는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드라이하고, 바디감이 높으며, 탄닌감 높은, 그런 와인을 선호한다.
와인은 이렇게 많이 마셔왔지만 사실 내추럴와인은 듣기만 했을 뿐 마셔본 적은 없었다. 워낙 소량 생산하는 와인이기도 하고, 와인바에 가서 마시려면 가격대도 있는데 과연 그 가격대의 값어치를 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선뜻 선택을 하게 되지는 않는 그런 종류의 와인이었다. 그래도 과연 내추럴와인이 뭐길래 이렇게 핫할까. 하는 궁금함은 내심 존재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남의집 프로젝트(https://naamezip.com/) 모임 리스트를 보다가 눈에 띄는 모임을 발견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남의집.
다양한 내추럴와인을 사람들과 함께 시음하며 느낌을 공유해보는 모임이었다. 또한 호스팅 설명을 읽어보니 호스트님께서 내추럴와인에 대한 설명도 해주신다고 하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예약을 하고, 호스트님이 수락해주셔서, 지난 3.29 화요일에 방문을 했다.
호스트님의 장소는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와인바 "누벨당스"라는 곳이었다. (누벨당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4-30 3층 ) http://naver.me/x9JpOft0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6번출구로 나와 경의선 책거리를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호스트님의 아늑한 장소가 등장했다. 골목길의 건물 3층에 위치해 있는데, 처음 방문하면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문 옆에 조그만하게 여기가 누벨당스임을 알려주는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문제는 전혀 없었다.
호스트님의 허락을 구하고 공간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빈티지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조명이 주는 따뜻한 느낌 때문인지 안락한 기분도 들었다. 무심하게 꾸미신 듯 하지만 호스트님의 섬세함이 깃들어있는, 신경쓴 점이 느껴지는 공간 구석구석들. 기분이 좋았다.
역시나 와인바답게 와인병들을 활용해 인테리어를 해 두셨다. 빈티지 라벨들이 붙어있는 와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공간을 보면 이 중에서 어떤 와인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호스트님의 취향을 묻고 싶어지기도 했다.
호스트님은 현대무용을 참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현대무용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바 곳곳에서, 그리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오롯이 느껴졌다. 누벨당스(nouvelle danse)라는 바 이름 자체도 "새로운 춤" 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곳곳에 호스트님이 이제까지 관람하셨던 많은 공연 팜플렛들 및 포스터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현대미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호스트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현대무용 또한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고, 내가 현대미술에 매력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현대 무용 또한 상당히 매력적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벨당스의 한 쪽 벽면에서 이렇게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피나 바우쉬라는 현대 무용 안무가의 영상이었는데, 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조차도 굉장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상들이었다.
이 날 우리가 테이스팅했던 와인들은 바로 위 세 병의 와인들이었다. 순서대로 세워져 있었고, 두번째 라디콘은 테이스팅 전에 미리 열어두는 것이 권장되어 있는 내추럴와인이라 미리 오픈해 두셨다고 한다. (실제로 모임 초반과 중, 후반부에 테이스팅했던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첫번째 내추럴와인은 프랑스의 바바스와인이었다. 거의 뭐 1세대 내추럴와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첫맛부터 굉장히 강렬한 기분이었다.
두번째 내추럴와인은 이탈리아의 라디콘인데, 굉장히 유명한 내추럴와인의 와이너리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저 날 테이스팅한 와인 중 가장 내추럴와인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는 와인이었으며, 같이 시음하셨던 다른 분들도 그렇게 평가해주셨었다. 오렌지와인이라고도 불리는데 아무래도 색깔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 같다.
내추럴와인은 굉장히 민감한 와인이라고 호스트님이 설명해 주셨는데, 라디콘 와인이 특히 그렇게 느껴졌다. 호스트님이 이미 30분도 더 전에 열어두셨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모임 초반부에는 맛이 다 올라오지 않은 느낌이어서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는데, 중반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이 와인만의 향과 맛이 올라와서 그 매력이 시간이 갈수록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호스트님께서 평점을 매겨달라는 요청을 해주셨었는데, 나는 이 와인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정도였다.
세번째로 테이스팅했던 이 와인은 이탈리아의 에노즈 와인인데, 처음 느낌은 이 와인이 셋 중 단연코 1등이었다. 내추럴와인인데도 불구하고 클래식한 레드와인의 맛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내추럴와인인 걸 알고 마셔서 그럴 수 있지만 일반 와인보다 훨씬 더 깔끔한 맛이었다. 만약 이 와인이 내추럴와인이 아니었다고 해도 가격대가 꽤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편 내가 너무 일반 와인 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에노즈의 맛도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 와인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와인이었다.
세병의 와인 테이스팅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쉬움이 남아 같은 호스트님 모임으로 한번 더 남의집 예약을 완료했다. 좋은 사람들과 와인 한 잔 하며 즐겁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기억은 늘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이 콘텐츠는 남의집 (http://https://naamezip.com/) 서포터즈 거실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