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

3화, LAX

by 한은진

공항 문이 열리자, 낯선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서울의 봄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건조하고 햇살 냄새가 나는 공기였다.

나는 동생 서진이의 손을 꽉 잡았고, 아빠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앞장섰다.

엄마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

공항안은 영어로만 가득했는데, 그 말소리가 영화속처럼 멀게 느껴졌다.


"야! 여기야!"

몇년 전 한국에서 만났던 큰아빠가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아빠는 큰아빠를 꼭 안았다.

그 장면을 멀찍이서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어색했다.


햇빛이 눈이 부시게 쏟아진다.

차로 이동하는 길, 창밖으로 끝없이 늘어선 야자수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TV에서만 보던 키 큰 나무들이 실제로 내 앞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마치 영화 속 세트장에 들어온 기분.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정말 우리가 미국에 왔구나.'



작가의 이전글그때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