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

2화, 떠나기 전날 밤

by 한은진

이모네가 우리를 보겠다고 멀리 지방에서 올라왔다.

각자 사는게 바빠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 했는데 떠난다고 하니 이모네가 서울로 온거다.


거실엔 커다란 여행가방이 줄지어 있었고,

엄마는 이모를, 이모는 엄마를

서로 챙기기에 바빴다.


"너 이거 챙겨가. 미국에는 이런거 없잖아."

"언니, 그냥 놔둬. 언니 써. 나는 거기가서 사면돼."


"미국은 한국음식 구하기 어렵잖아."

"에이, 언니 괜찮다니까 자꾸 그러네."


이모는 계속 엄마 옆에서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

엄마는 괜찮은척 했지만,

말 끝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흔들렸다.


저녁상엔, 된장찌개, 잡채, 불고기, 김치전까지...

누가 봐도 한국식으로 한상 차려진 밥상이었다.

이모는 우리에게 이것저것 먹이고 싶어했다.

아마 '떠나기 전 마지막 한국의 밥상' 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식사 도중, 이모가 말했다.

"은진이 너가 잘해야해. 서진이 잘 챙기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이모는 또 손수건을 훔쳐댔다.

그리고 엄마의 눈가는 또 젖었다.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밥을 천천히 씹으며 한 번씩 우리를 바라봤다.

그 눈빛 속엔 뿌듯함과 미안함이 함께 섞여 있었다.


그날 밤,

누구하나 먼저 일어서지 못하고 그렇게 한참을 식탁 위에 앉아 있었다.


그때, 수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잠깐 놀이터 좀.애들 왔데."


자꾸 눈물짓는 엄마가 보기 힘들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너 미국가면 미국 남자친구 만들거야?"

"영어는 연습 많이 했어?"


친구들은 미국에 가는 나를 부러워했다.


미연이가 가방에서 편지와 선물을 꺼낸다.

색색의 편지봉투와 예쁘게 잘 포장된 작은 선물.


"야, 나 진짜 가기 싫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떨어졌다.


아무도 나를 달래지 않았다.

우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도착하면 꼭 연락해. 이메일 보내는 방법 알지?"

우리는 몇번이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내가 '한국의 나'로서 보낸 마지막 밤은 그랬다.

울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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